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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파문波紋

by 丹野 2011. 2. 1.

 

파문波紋

 

 

나호열

 

 

 

 

나를 보고 방긋거리는 어린 아기의 웃음이

 

가슴에 물큰 닿는다

 

말을 배우기 전에

 

말의 씨앗이 꽃이라는 것을

 

부드럽게 구름과 구름이 만나듯이

 

잔물결이 일어난다

 

 

 

뿌리째 고스란히 뽑혀 어디론가

 

높은 고개를 넘어가던

 

소나무의 정적이 저만큼 푸를까

 

 

이 세상의 모든 말들은

 

꽃에서 태어나서 가슴에서 죽는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가르치지만

 

그래서 침묵을 배우는 일은 더디고 힘든 일

 

 

 

호수에 내려앉은 산봉우리

 

구름 몇 점을 건지려 손 내밀 때

 

잔물결들은 그때마다

 

검은 음반의 여러 겹 패인 골을 이루며

 

거미줄처럼 은밀하게 몸 위로 내려앉는다

 

 

 

어린 아기의 첫 웃음이

 

주름살 덮혀가는 몸속에서

 

침묵의 혀로 번역될 때 까지

 

아직 바람은 노래가 되지 못한다

 

길이 되지 못한다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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