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겨울 추위에 무너앉은 겨울 동백 꽃들을 위하여 | |
몇 십 년 만이었다는 지난 며칠간의 추위를 견뎌내느라 지친 듯 고개 숙인 해운대 동백섬의 동백 꽃 | |
[2011. 1. 24] | |
추위를 채 견뎌내지 못하고 피자마자 곧바로 얼어붙어 생을 마친 동백 꽃 | |
그러나 얄궂게도 이미 빨간 꽃잎을 활짝 열었던 꽃송이들이 얼어붙어 볼품을 잃었습니다. 붉은 빛을 잃고 바짝 말랐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의 바람을 견디기 힘들었던 게죠. 원래 동백은 이렇게 후즐근하게 자기 앞의 생을 마치지 않습니다. 전혀 시들지 않고 화려함을 잃지 않은 채 그 붉은 꽃을 통째로 후드득 떨어뜨리는 도도한 꽃이 동백 꽃이지요. | |
화려함을 잃고 치욕의 삶을 짊어진 채 수줍게 잎새 뒤에 몸을 숨긴 동백 꽃 | |
꽃송이 안쪽에 노랗게 피어있어야 할 꽃술도 그랬습니다. 추위에 얼어 노란 빛을 잃고 허옇게 말라붙었어요. 아침 바람 맞으며 동백 섬을 두루 걸었지만, 새빨간 꽃잎과 어우러진 노란 꽃술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빨간 색과 노란 색의 채도를 모두 잃고 동백 꽃으로서는 차마 드러내기 싫었을 창박한 모습으로 스스로가 안타까워 하고 있었습니다. | |
아직은 붉은 빛을 잃지 않고 새로 솟아오를 햇살을 기다리는 동백 꽃 | |
중부권에 보금자리를 튼 동백들은 3월, 혹은 4월이나 되어야 꽃을 피웁니다. 선운사 동백꽃은 4월 되어야 피어나니까요. 그래서 동백을 겨울 꽃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생경합니다. 하지만 동백은 분명히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겨울 추위가 깊을수록 붉은 빛이 더 깊어지는 그런 꽃이지요. 이야기하다 보니, 제주도 동백 동산의 동백 꽃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네요. | |
이제 다시 햇살 받으면 짙은 붉은 빛으로 겨울을 화려하게 수놓을 롱백 꽃 | |
고작해야 하루 지났건만 해운대 동백섬의 동백 꽃의 안부가 걱정됩니다. 하긴 하룻만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미 시든 꽃 때문에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는 동백들에게 아직은 수줍음에 몸을 움츠리기엔 이르다고 일러주어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겨울 바람 오락가락해도 시간 지나면 따뜻한 햇살 솟아오를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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