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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갈대 詩 몇편

by 丹野 2010. 3. 25.

 

 

갈대

 

나호열

 

 

 

힘을 주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힘을 빼면

영영 쓰러져 버린다

광막한 도회지의 한복판에서

다만 흔들리고 있을 뿐인

늪 속에 발목을 묻은

사람들이여!

 

 

 

 

 

 

갈대에도 꽃이 핀다

 

나호열

 

 

  

흔들리라 하시면 흔들리겠습니다

허리 굽히라 하시면 고개 숙이겠습니다

말없이 지나가는 강물

하얀 서리 머리에 얹고

그냥 기다리라 하시면 이 자리에

이 자리에 앞길 훤히 밝히는

등불이 되겠습니다

모두들 갈대라고 나를 부르면

나는 온몸으로 대답하겠습니다

들리지 않는 강물 소리로

꽃 피우겠습니다

 

 

 

 

 

 

갈대

 

나호열

 

 

마음을 비우라 하셨지만

그냥 버리 수는 없었습니다

귀하고 아까웠던 것

다 잃어버린 이후에

정녕 곡식 거두어들인 빈 들에

새롭게 돋아오르는

이름없는 하루살이 풀꽃이

나의 몸인 줄 알겠습니다

집인 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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