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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이방인

by 丹野 2008. 3. 31.

      이방인  /  나호열


      못을 친다

      다 흘러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남은 이름이라도 걸어두려는지

      못을 칠 때마다 울음이 쿵쾅거린다

      아직 견고하게 남은 벽이

      그렇지 않으면 자꾸 뭉툭해져 튀어오르는 못이

      일으키는 시퍼런 안광

      새들의 지저귐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꽃들이 개화하는 고통을 듣지도 못하면서

      막차를 타고 도착한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이 떠들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저기 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는 노숙자에게

      베개나 삼으라고

      잠시 언 손 녹여줄 불쏘시개나 하라고

      그도 저도 아니면 밑씻개라도 하라고

      못질 자국 선연한 손 대신 내미는

      때 묻은 시집

      생애만큼 가볍고 얇다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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