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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여로

by 丹野 2008. 3. 7.




    여로

     

    나호열


    이제는 가닿을 수 없는

    잠시라도 머물렀어야 할 간이역 같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봄날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끝나기도 전에 깨버린 꿈처럼

    어느 사람의 다비가 저리도 장엄한가

    불타 버리고 남은 남루가 얼마나 컸던지

    남루 속의 육신이 더 큰 남루인 것을 알았던 것인지

    가볍고 뭉글거려서 만져보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지상으로 내리는 꽃눈

    하염없이 창가에 기대어

    나비들의 군무라고 받아 적으려 하였으나

    그것도 오답이라고

    흙탕물을 튕기며 껄껄 웃는

    그 사람은 누구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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