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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기적의 드라마가 칠레를 또한번 단결시켰다

by 丹野 2010. 10. 14.

 

기적의 드라마가 칠레를 또한번 단결시켰다

연합뉴스 | 입력 2010.10.14 00:45

 
 
"재난이 그들을 뭉치게 했다"..칠레-볼리비아 관계 진전도 기대

광업 구조개편 목소리 거세..강진 피해지역 재건도 과제

(코피아포 < 칠레 > =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 북부 산 호세 광산에서 연출된 한편의 기적같은 드라마가 칠레 국민을 또한번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고 있다.

13일 세계 각국 언론은 69일만에 이뤄진 33명의 칠레 광부 구조작업 현장에 차려진 '희망 캠프'의 환호 분위기를 전하면서 "산 호세 드라마가 빈부격차 등으로 갈라져 있던 칠레를 단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칠레는 지난 2월 말 발생한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였던 강진은 500여명의 사망자와 함께 30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그러나 강진.쓰나미 피해 현장에서 수거한 흙 묻고 찢긴 국기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참가한 칠레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장에 나부끼면서 칠레 국민의 강인한 재건 의지를 알리는 상징이 됐다.

산 호세의 영웅들이 연출한 드라마에 칠레 국민은 또다시 끈끈한 단결력을 과시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한 주민은 광부들의 무사 생환을 바라는 염원을 담은 딸의 편지를 들고 200㎞를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종이 꽃을 팔아 연명하는 한 여성은 산 호세를 찾아 광부 가족들에게 '희망의 종이 꽃'을 전달했다.

칠레의 광산 거부 중 한 명인 에두아르도 파르카스가 광부 1인당 1만달러씩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희망 캠프'에서 급식을 도와온 베르나르다 로르카는 "칠레는 매우 분열된 국가였다.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빈곤층은 갈수록 어려워졌다"면서 "그러나 이곳에서는 모두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산 호세 광산 사고가 칠레와 볼리비아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는 1879년에 벌어진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뒤 120㎢에 달하는 영토와 400㎞ 길이의 태평양 연안을 상실하고 내륙국으로 전락했다. 볼리비아의 태평양 진출 노력을 둘러싼 오랜 갈등으로 양국은 1962년 이래 상호 대사관을 두지 않고 있으며, 1975~1978년 사이 대사관을 설치했다가 폐쇄했다.

2006년 중도좌파 성향의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지난 3월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협상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칠레 정부가 33명의 광부 가운데 한 명인 볼리비아인 카를로스 마마니(23)를 우선적으로 구조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모랄레스 대통령이 피녜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면서 두 정상이 정치성향의 차이를 뛰어넘어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한편 산 호세 광산 사고를 계기로 칠레의 주력 산업인 광업에 대한 구조개편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간 광업회사들이 보유한 소규모 광산을 모두 폐쇄하거나 국유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칠레 정부로서는 소규모 광산을 폐쇄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초래될 수 있고, 국유화 또는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는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강진.쓰나미로 집중적인 피해가 발생한 남부지역의 재건작업이 늦어지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점도 칠레 정부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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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돌아온 33번째 영웅…‘지상 최고 해피엔딩’ 완성되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0.14 11:16

 


 
'감독'우르주아 마지막 구조
강인한 리더십 '정신적 지주'
동료 통솔 지하생활 이끌어


69일간의 오랜 기다림 끝에 마지막으로 그가 돌아왔다. 그가 귀환하자 대통령이 그를 얼싸안았고, 그는 가족을 껴안고 이어 눈물 속에 칠레 국가가 울려 퍼졌다.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69일의 생존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13일 오후 9시55분(현지시간) 33번째 생존자인 루이스 우르주아(54)를 끝으로 칠레 북부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에서 펼쳐진 33번의 구조가 마무리됐다.

지상에서 작업반장이었던 우르주아는 32명의 동료가 700m 지하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지상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장면을 지켜본 뒤 마지막으로 구조용 캡슐에 올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라앉고 있는 배의 선장처럼 우르주아는 갱도에서 먼저 탈출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전사(Don Lucho)'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31년 경력의 베테랑 광부로, 매몰된 광부들의 지도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그의 관록이 빛을 발한 것은 광부들이 매몰된 후 17일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됐을 때였다. 그는 매 48시간 광부들에게 참치 한 스푼을 식량으로 나눠줬으며, 수증기를 피해 제일 처음 피신했을 때보다 더 안전한 지하 대피소로 옮겨가는 것을 지휘했다.

우르주아는 비록 뜨겁고 습기 차고 더러운 지하생활이지만 마치 사회처럼 잘 조직화했다. 어떤 광부에게는 세상에 그들의 생활을 알리는 대변인을 하게 했고, 오락 담당 등 각자에게 역할을 나눠줬다.

그는 열 살 때 아버지를 잃었지만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6남매를 키우는 것을 도울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다. 우르주아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들은 보스 기질이 있고, 규율이 엄격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르주아의 리더십은 구조대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광부들이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 우르주아는 구출되기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그룹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매우 강해져야만 했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우르주아는 광부들이 처음 세상과 연결됐을 때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하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구조해줄 때까지 잘 기다리고 있겠다"며 광부들의 상황을 침착하고 신중하게 전했다.

그의 사촌인 클라디스는 "그는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존경을 받았다"고 전했다. FT는 지상으로 나온 뒤 그는 칠레의 국민영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대원인 안드레아스는 "광부들에게 작업반장은 두려움과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라며 "광부들은 그를 대체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m.com
 
 
 
 
 
 
 

"세계가 하나된 22시간"..칠레 광부 33명 전원 구조

노컷뉴스 | 입력 2010.10.14 10:12 |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감동의 눈물과 환호의 박수로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던 22시간의 '휴먼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기적과도 같은 이번 '인간 승리 드라마'는 칠레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 700미터 아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69일동안이나 갇혔던 33명의 광부들은 13일(현지시간) 9시 57분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주아(54)가 맨 마지막으로 구출되면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세상과 다시 만났다.

우르주아는 매몰사고 이후 불안감에 빠진 광부들을 격려하고 질서를 유지하면서 지하 갱도의 지도까지 만드는 등 리더역을 충실히 수행한 인물이다.

맨 마지막 구조 대상자 우르주아를 기다리고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우르주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당신은 정말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고, 우르주아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모든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칠레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 피녜라 대통령과 우르주아, 구조대원들은 목청껏 칠레 국가를 합창했다.

칠레 당국의 이번 구조작업은 지름 66cm의 캡슐 '불사조(phoenix)'를 통해 이날 0시 10분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의 구출에 성공한 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빠른 22시간만에 광부 33명 전원을 구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피녜라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에 헌신과 노력, 희망의 모범을 남겼다"면서 "칠레의 가장 큰 보물은 구리가 아니라 광부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광부들이 갇혔던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해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남기겠다고 말했다.

구조된 광부들은 대부분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뒤 헬기편으로 코피아포의 병원으로 이송돼 48시간 동안 정식 진료를 받게 된다.

한편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남게 될 이번 구조작전에는 광산 기술자와 구조 전문가, 의료요원 등 250여명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첨단기술이 동원됐으며, 작업 비용만도 2천200만달러(약 247억원)가 투입됐다.

또 이번 구조작업 실황은 칠레 국영TV의 생중계 화면을 받은 CNN과 BBC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송됐고, 구조현장에는 내외신 기자 2천여명이 몰려들었으며, 각국 주요 지도자들은 환영과 축하의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하는 등 전 세계의 이목이 칠레에 집중됐다.

칠레인 32명과 볼리비이안 1명 등 광부 33명은 지난 8월5일 산호세 광산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갱도에 갇힌 뒤 삶과의 사투를 벌이다 매몰 17일만에 생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조작업이 본격화됐고, 이들은 지하 700미터 아래서 세상과의 재회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로 오늘을 꿈꿔 왔다.
nowhe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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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환 칠레 광부들 장기관찰.치료 들어갈 듯

연합뉴스 | 입력 2010.10.14 09:53

 
 
대체로 건강 양호..일부 규폐증.치아감염 증상

(코피아포 < 칠레 > =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하 700m 갱도에 약 70일간 갇혀 있다가 지금까지 구조된 칠레광부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하지만 일부는 규폐증 치료와 치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칠레 정부와 의료진이 13일 밝혔다.

'지하 감옥'에서 탈출한 광부들이 겉으로는 멀쩡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도 뒤따를 예정이다.

하이메 마날리치 칠레 보건장관은 13일 현재 지금까지 코피아포 지역 병원(CRH)으로 후송된 구조자 16명의 건강 상태가 예상보다 양호하며 일부는 빠르면 다음날 오후부터 퇴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날리치 보건장관은 그러나 1명은 심한 폐렴 증상을 보여 집중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른 2명은 매우 심각한 치아 감염 때문에 다음날 치과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렴 증상을 보이는 구조자는 2번째로 탈출한 마리오 세풀베다(39)라고 익명을 요구한 코피아포 병원 의사들이 설명했다.

구조캡슐 '불사조'에서 나오자마자 '기념품'인 바위 조각을 주위에 나눠주기도 한 세풀베다는 이미 구조 나흘 전부터 규폐증 증상을 보여 지하로 전달된 항생제를 복용했다.

규폐증은 규산(硅酸)이 섞인 공기를 장기간 들이마심으로써 발병하며 광부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최고령자인 마리오 고메스(63)는 지난 8월 5일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다른 32명과 함께 매몰되기 전에 이미 규폐증 진단을 받았으며 지금은 약간 몸이 허약한 상태라고 의사들은 말했다.

광부들은 흉부와 폐 검사 외에도 안과ㆍ피부과ㆍ정신과 등 다방면에 걸쳐 검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70일간 지하 생활을 하다 갑자기 환경이 바뀐 광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불면증 등 후유증으로 길게는 수년간 고통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의 존슨 우주센터에서 일하는 마이클 덩컨 박사도 CNN 방송 인터뷰에서 "(구조) 작업은 광부들이 광산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면서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ran@yna.co.kr

(끝)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