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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바닥을 본다 / 신현락

by 丹野 2010. 9. 7.

 p r a h a

 

 

 

    바닥을 본다 / 신현락

 

 

외로울 땐 바닥을 본다

가끔 내 생이 어디까지 왔나

궁금해질 땐 발바닥을 주물러본다

발바닥엔 못에 찔린 자국 두어 점

먼 길의 통점이 각질로 굳어서 바닥을 보이고 있다

내 몸을 돌고 돌아 아직도 그믐처럼 어둑해질

이승의 길바닥이 남아있기는 한 것인지

확인해 보곤 하는 것이다

외로울 땐 바닥을 더듬어본다

몸에서 빠져나온 머리카락과 먼지가 전생처럼 엉켜있다

손바닥을 내려다 본다

손바닥에서는 강물소리가 난다

손바닥으로 두 귀를 막고 들어보면

먼 들을 적시는 강물의 숨결이 자장자장 잦아들다가

왼손바닥과 오른손바닥이 만나는 합수머리에서는

한동안 방목했던 울음들이 돌아와 콸콸콸 흐르기도 한다

합장할 때 누군가를 끝없이 불렀던 까닭이다

강물이 잦아들며 목쉰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바닥이 드러나는 것이다

강물이 깊어지는 건

흐르면서 제 안의 바닥을 몇 번이나 쓸어보기 때문이다

외로울 땐 바닥도 의지가 된다, 바닥을 본다

가끔 내 안의 바닥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더듬더듬 바닥을 만져본다

생의 굴곡이 요철처럼 숙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