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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철학 강의

서술과 분석 / 박이문

by 丹野 2011. 12. 17.

 

 

                                                                                      Luis de la Fuente

  

서술과 분석

 

                                                                     박이문

 

 

 

   철학이론을 앞에 놓고 문학적인 중요성을 따지는 경우에는 극히 예외가 된다 하겠지만 문학 작품을 놓고 철학적 의미, 특히 논리적 의미를 보려는 태도는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나 작가 자신의 태도에서 볼 때 오래 전통이 되어 있다. 작가는 흔히 의식적으로 인생에 대한, 선악에 대한, 혹은 우주에 대한 어떤 견해를 문학 작품을 통해 나타내려고 노력하며 독자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한 철학적 견해, 가능하면 새로운 견해를 얻어 보고자 기대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비평도 도덕적 혹은 사회학적 입장에서 비평하는 경향을 갖는다. 이처럼 문학과 철학과의 관계는 그 구별이 확실치 않다.

 

  이러한 사실은 문학이 철학과 직결되지만 과학은 철학과 관계가 있다는 보편적인 믿음에서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자세히 고찰해 볼 때 문학과 철학 사이에는 수학과 철학 사이보다도 더 긴 거리가 가로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문학과 철학은 서로 가까우면서 결코 비교될 수 없는 차원에 존재한다.

  만약 문학과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철학이 문학과  별도로 있을 이유가 없다. 만약 철학이 문학의 철학적 사고의 표현수단이라면 구태여 허구적으로 복잡하고 긴 문학 작품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고 간단하고 명확한 철학적 표현이 더 바람직할 것임은 두말 할 필요 없다.

 

  어째서 그런가를 차근차근 따지기 전에 철학이론을 읽는 것과 소설을 읽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에 주의를 해 보자. 아무리 도스토예프스키가 칸트의 철학이상을 작품 속에 나타낸다 해도 그의 소설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음을 안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들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를 파악하게 될 때 우리들은 보다 정확한 문학의 기능, 보다 정확한 철학의 기능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문학과 철학의 근본적인 차이는 똑같은 언어로 표현되어 있음에도 전자의 언어가 근본적 언어인 데 반하여 후자의 언어는 분석적 언어라는 데 있다.

 

 

 

 

 

 

  문학은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데 목적이 있고, 철학은 어떤 대상을 직접 서술하지 않고 그것을 묘사하는 서술언어의 의미, 그리고 또 그 언어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과의 관계를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은 ' 언어에 대한 언어'.  2차적 언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철학적 언어는 어떤 구체적인 대상과 아무런 직접적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 한편 문학이나 철학은 다 같이 과학과 구별되는 것이다. 문학이 어떤 대상을 직접 서술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면에서 문학은 철학보다도 오히려 과학에 가깝다.

 

  왜냐하면 과학의 목적도 어떤 대상을 그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적 서술대상은 과학적 서술 대상과 다르다. 과학은 지각을 통한 앎과 의식으로 인식된 객관적 대상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만 문학이 다루는 대상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런 대상 속에 살아야만 하는 인간의 체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 느끼고, 보고, 알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체험이란 위와 같은 여러 형태의 의식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것들은 달리 표현해서 감각, 감정, 지각, 과학, 철학이라 불리는 삶의 행태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틀어 인생경험, 혹은 그냥 인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문학이 서술코자 하는 대상은 한마디로 인생이다. 이에 반해서 과학적 서술의 대상은 대체로 체험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물리현상이나 때로는 인간의 체험 자체, 그리고 그러한 것을 서술하는 문학 자체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과학적 입장에 설 때 체험이나 문학도 오직 하나의 사물 혹은 사건으로서만 다루어진다. 단순한 물체가 과학의 대상으로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자연과학이라고 부르고, 체험이나 문학 등이 과학의대상으로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사회적 심리적 혹은 인문과학이라고 부른다.

 

 

 

 

 

 

 

 

  문학과 과학은 비단 그것들이 갖는 대상의 성격, 그것들이 대상을 다루는 관점에서만 다를 뿐만 아니라, 한 대상이 서술되는 형태에서도 다르다. 과학적 서술은 설명적이지만, 문학적 서술은 보편적이다. 한 현상, 예를 들어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은 뉴우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서 과학적으로 서술될 수 있지만, 한 시인 혹은 아무 사람에 의해서도 여러 가지로 서술될 수도 있다. 설명적 서술은 이론적 서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어떤 원리의 역할을 하는 가설을 세워서,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을 가설적 원리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하나의 예라는 것을 경험이나 체험을 거쳐서 증명할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E=MC2라는 수식은 물리현상에 대한 설명적 서술이 된다.  이와 반면에 문학적 서술은 어떤 현상을 지각대로 그냥 그림을 그리듯 혹은 사진을 찍듯 기록하는 데 있다. (E=mc2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 공식)

 

 

  이와 같은 문학이 2차적 언어 또는 계념의 분석으로서의 철학과 다르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다시 말하자면 철학은 어떤 지각된 현상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현상을 과학자처럼 직접 설명할 하지는 않는다. 누가 어던 새상을 "무엇무엇이다" 혹은 "어떠어떠한 것이 옳다" 할 때 철학은 그 말이 정확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근거에서 어떠어떠하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따지는, 즉 분석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문학이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한 작품이 좋고 나쁘다"고 결정될 수 있는가 하고 물을 때 우리는 이미 문학을 하는것이 아니라 철학적 차원에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학비평은 철학에 가까와질 수 있다.  요약해서 문학과 철학은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문학의 가치를 철학의 그것과 비교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물과 불을 비교하려는 것과 마찬가지 비교적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문학을 이야기할 때 자연히 철학적 얘기 철학적인 문제를 건드리게 마련이다. 사실 많은 문학작품, 특히 위대한 작품이면 그럴수록 우리들을 철학적인 분위기 속에 이끌어 가고야 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프로스트는 시간에 대한 그의 새로운 철학적 견해를 작품에 나타내고 있다. 앞서 이론적으로 문학과 철학을 흑백으로 가리듯 갈라 놓았지만, 적어도 문학 속에는 철학이 풀어 떼어 버릴 수 없이 엉켜붙어 있다는 사실에 부닥친다. 다시 말해서 문학과 철학은 구체적인 작품 속에서는 멀어질수 없는 근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실은 문학의 서술대상의 내용을 분석해 볼 대 설명될 수 있다. 먼저 말했듯이 문학의 서술 대상은 인간의 모든 체험, 즉 인생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먹고, 자고, 느끼고, 보고, 떠들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다소나마 생각, 더 나아가서는 철학을 하게 마련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죽어 가야 하는가?  우주의 기원은 무엇인가?  어째서 A라는 행위가 선이라고 불리어지고, 어째서 K라는 믿음이 옳다고 인정되나?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면 진정 뜻 있고 충만되고 올바른 일생이 될 것인가? 우리들은 누구나 위와 같은 철학적 문제들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문학이 인생을 서술하는 이상 그리고 인생의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철학적일 수밖에 없는 이상, 한 문학작품이 인생을 진지하게 서술하려면 그럴수록 철학적인 문제가 그 작품의 테마가 될 것임을 간단란 논리로서 알 수 있다. 바꿔 말해서 문학은 철학이 아니지만 철학적 사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의 생활을 서술하려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철학적 문제와 부닥치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애쓰는가를 그려야만 할 것이다. 철학이 아닌 문학은  그 작품 속에 철학을 내포하고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말이다.

  어떤 문학도 그 자체가 바로 철학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들은 '문학 속의 철학'을 얘기할 수 잇다. 한편 문학에 관한 철학을 할 수 있다. 이때 문학철학은 예술철학의 일부가 된다.

  문학은 인생의 기록이어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생의 둘도 없는 거울이 된다면 철학은 문학활동 자체를 포함한, 모든 인간들의 의식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갖게 도와 준다. ( 1p ~ 5p)

 

 

 

  출처 / 문학과 철학 - 박이문

 

 

                                                                                      Luis de la Fuente

 

 

                  Return to Love / Kevin K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