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하얀 사막 걷기
레이디경향 | 입력 2010.04.20 17:15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그저 무책임한 감정의 이끌림이라고 여겼는데 여행을 통해 지친 사람들의 일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이가 있다. 여행 테라피스트 테오가 제안하는 두 번째 처방전을 열어본다. (편집자 주)
증상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을 때.
처방 아프리카의 하얀 사막 '아틀란티스 샌듄'을 걸을 것.
증상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을 때.
처방 아프리카의 하얀 사막 '아틀란티스 샌듄'을 걸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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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입 안 가득 모래가 씹히는느낌으로 음식조차 먹지 못하는 종류의슬픔을 알아요? 내가 지금 그래요.음악도 들리지 않고 걸어도 거리가 가늠되지않아요. 살아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겠어요.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눈을 뜨고 있는지도모르겠어요. 그저 떠나고만 싶어요.여기를 벗어나고 싶어요. 어디로 가면 되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그녀가 슬픈 눈으로 묻습니다. 떠나고 싶다고. 어디로 가면 좋으냐고.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제 조언은 일관된 것입니다. 떠나는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요.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향함이거든요. 그녀가 다시 묻습니다. 내가 향할 곳을 말해주세요. 나는 지금 어디로든 가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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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말해줍니다.
"권할 곳이 생각났어요. 사막에 가본 적 있나요? 괜찮다면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사막을 한 곳
알려드릴게요."
놀란 그녀가 대답합니다.
"사막이요? 제가 거길 혼자서 갈 수 있겠어요?"
사막의 이유
몰랐겠지만 그녀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사막입니다. 사막을 권한다고 놀랄 일이 아닌 것입니다. 실은, 목이 마른 곳이라면 어디나 사막입니다. 오래전부터 그녀는 이미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남자에게서 혹은 가족에게서 오아시스를 기대하며 목마른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루는 모래 말고도 여러 곳에서 등장할 수 있습니다.
모래보다 사람에게서 더 많은 신기루가, 기대를 배신하는 상실의 고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막에서는 신기루와 나와의 관계가 명확해집니다. 저건 신기루야. 가봤자 물 같은 건 없어. 그걸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쫓아가면 안 되는 것. 열심히 따라가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 그게 보이는 것입니다. 정확한 방향으로 천천히 오래오래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막은 그녀에게 필요한 여행지였습니다. 사막 중에서도 아틀란티스 샌듄. 그녀가 향할 장소로 나는 그곳을 처방했습니다.
"권할 곳이 생각났어요. 사막에 가본 적 있나요? 괜찮다면 당신에게 잘 어울리는 사막을 한 곳
알려드릴게요."
놀란 그녀가 대답합니다.
"사막이요? 제가 거길 혼자서 갈 수 있겠어요?"
사막의 이유
몰랐겠지만 그녀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사막입니다. 사막을 권한다고 놀랄 일이 아닌 것입니다. 실은, 목이 마른 곳이라면 어디나 사막입니다. 오래전부터 그녀는 이미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남자에게서 혹은 가족에게서 오아시스를 기대하며 목마른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루는 모래 말고도 여러 곳에서 등장할 수 있습니다.
모래보다 사람에게서 더 많은 신기루가, 기대를 배신하는 상실의 고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막에서는 신기루와 나와의 관계가 명확해집니다. 저건 신기루야. 가봤자 물 같은 건 없어. 그걸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쫓아가면 안 되는 것. 열심히 따라가봐야 아무 소용없는 것. 그게 보이는 것입니다. 정확한 방향으로 천천히 오래오래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막은 그녀에게 필요한 여행지였습니다. 사막 중에서도 아틀란티스 샌듄. 그녀가 향할 장소로 나는 그곳을 처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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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 아프리카의 빛나는 도시
아프리카의 남쪽 해변에 반짝이는 도시가 하나 있습니다. 케이프타운. 희망봉과 테이블마운틴이 있는 도시. 아프리카 땅이면서도 사자 대신 펭귄이 살고, 뜨거운 해변 위로 남극에서 온 차가운 파도가 부서져 올라오는 곳. 그 도시의 북서쪽을 향해 차로 두 시간쯤 오르면 눈처럼 하얀 사막, 아틀란티스 샌듄이 나옵니다. 사막이라기에는 조금 미안한 면적이지만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첫 번째 사막으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나미브처럼 터프한 사막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줄 수 있지만 작아서 좋은 점도 많습니다. 허약한 여자의 다리로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구두에 무른 맨발로도 부드럽게 걸을 수 있으며, 목은 좀 마를지언정 생명을 위협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 있습니다.
사막을 누리는 방법
아틀란티스 샌듄을 걷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바람이 불면 코로 모래가 들어오므로 그걸 막기 위한 스카프나 손수건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선글라스를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아틀란티스 샌듄의 하얀 모래를 본연의 색으로 바라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언덕 위에서 미리 준비한 물과 샌드위치로 간식을 즐기는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사막의 세리머니에 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상실의 근원인 그이의 인화된 사진을 꺼내 모래에 꽂고 사진을 찍습니다. 인화된 사진은 아프리카의 쓰레기통 혹은 바다 위에 뿌리고 돌아옵니다. 아마도 버릴 장소는 그이의 가치에 비례해 선택이 되겠지요. 돌아와 새로 찍은 사진을 보면 그이와 나와의 물리적 거리가 새삼 느껴질 것입니다. 마개가 달린 작은 유리병에 사막의 모래를 담습니다. 다른 병은 뚜껑을 열어 한 시간쯤 놓아둡니다.
사막의 햇볕과 바람을 담아오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아래로 몸을 굴립니다. 눈을 감고 두 팔을 펴고 한동안 일어서지 않습니다. 사막의 굴림에 저항하지 않고 온몸을 맡깁니다. 당신의 상상에 따라 더 많은 세리머니도 가능합니다. 옷을 벗고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부딪힐 것 없는 사막의 가운데에 서서 스카프로 눈을 가리고 흔들리듯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매일 밤 바람이 불어 아침마다 언덕 위치가 바뀌는 그곳. 애초에 삶은 곧 사막을 걷는 일이라는 걸 하얗게 가르쳐주는 장소. 아틀란티스 샌듄은 그녀의 상실을 어루만지는 치유와 위로의 사막입니다.
아프리카의 남쪽 해변에 반짝이는 도시가 하나 있습니다. 케이프타운. 희망봉과 테이블마운틴이 있는 도시. 아프리카 땅이면서도 사자 대신 펭귄이 살고, 뜨거운 해변 위로 남극에서 온 차가운 파도가 부서져 올라오는 곳. 그 도시의 북서쪽을 향해 차로 두 시간쯤 오르면 눈처럼 하얀 사막, 아틀란티스 샌듄이 나옵니다. 사막이라기에는 조금 미안한 면적이지만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첫 번째 사막으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나미브처럼 터프한 사막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줄 수 있지만 작아서 좋은 점도 많습니다. 허약한 여자의 다리로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구두에 무른 맨발로도 부드럽게 걸을 수 있으며, 목은 좀 마를지언정 생명을 위협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 있습니다.
사막을 누리는 방법
아틀란티스 샌듄을 걷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바람이 불면 코로 모래가 들어오므로 그걸 막기 위한 스카프나 손수건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선글라스를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아틀란티스 샌듄의 하얀 모래를 본연의 색으로 바라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언덕 위에서 미리 준비한 물과 샌드위치로 간식을 즐기는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사막의 세리머니에 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상실의 근원인 그이의 인화된 사진을 꺼내 모래에 꽂고 사진을 찍습니다. 인화된 사진은 아프리카의 쓰레기통 혹은 바다 위에 뿌리고 돌아옵니다. 아마도 버릴 장소는 그이의 가치에 비례해 선택이 되겠지요. 돌아와 새로 찍은 사진을 보면 그이와 나와의 물리적 거리가 새삼 느껴질 것입니다. 마개가 달린 작은 유리병에 사막의 모래를 담습니다. 다른 병은 뚜껑을 열어 한 시간쯤 놓아둡니다.
사막의 햇볕과 바람을 담아오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아래로 몸을 굴립니다. 눈을 감고 두 팔을 펴고 한동안 일어서지 않습니다. 사막의 굴림에 저항하지 않고 온몸을 맡깁니다. 당신의 상상에 따라 더 많은 세리머니도 가능합니다. 옷을 벗고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부딪힐 것 없는 사막의 가운데에 서서 스카프로 눈을 가리고 흔들리듯 걷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매일 밤 바람이 불어 아침마다 언덕 위치가 바뀌는 그곳. 애초에 삶은 곧 사막을 걷는 일이라는 걸 하얗게 가르쳐주는 장소. 아틀란티스 샌듄은 그녀의 상실을 어루만지는 치유와 위로의 사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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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테오의 추천 일정
오전 9시쯤 출발해 샌듄을 걷고 근처에 있는 아틀란티스 마을에서 점심을 즐긴 후 오후 3시쯤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컨스탄샤 와인팜을 들러달라고 말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폴레옹이 사랑했다는 오랜 전통의 와인 농장에서 와인 시음을 즐긴 후 호텔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첫날을 보냅니다. 펭귄들의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고 희망봉에 오르는 둘째 날. 테이블마운틴에서 점심을 즐기고 남극에서 온 파도에 발을 담그는 캠스베이 일정의 셋째 날. 넬슨 만델라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갇혀 지냈던 로빈 섬과 아름다운 항구 워터프론트를 방문하는 넷째 날을 준비하면, 5박 6일 정도로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선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250만원 내외면 이 같은 일정이 가능합니다.
아틀란티스 샌듄으로 가는 길
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비행편으로는 싱가포르 항공과 남아공 항공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은 싱가포르를 거쳐 케이프타운으로 가고, 남아공 항공은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케이프타운으로 갑니다. 시기에 따라 요하네스버그를 들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미리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수기의 경우 두 항공편 모두 왕복 130만원 내외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케이프타운 공항에 도착하면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한 호텔에서 차를 보내줍니다. 남아공은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전무한 대신 픽업 서비스가 발달해 있습니다. 호텔 리셉션을 통해 아틀란티스 샌듄을 방문하는 투어 차량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항공권 및 호텔 예약:이에스씨 www.okesc.com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아래로 몸을 굴립니다.눈을 감고 두 팔을 펴고 한동안 일어서지 않습니다.사막의 굴림에 저항하지 않고 온몸을 맡깁니다.당신의 상상에 따라 더 많은 세리머니도 가능합니다" <■글 & 사진 / 테오(여행 테라피스트)>
테오의 추천 일정
오전 9시쯤 출발해 샌듄을 걷고 근처에 있는 아틀란티스 마을에서 점심을 즐긴 후 오후 3시쯤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컨스탄샤 와인팜을 들러달라고 말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폴레옹이 사랑했다는 오랜 전통의 와인 농장에서 와인 시음을 즐긴 후 호텔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첫날을 보냅니다. 펭귄들의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고 희망봉에 오르는 둘째 날. 테이블마운틴에서 점심을 즐기고 남극에서 온 파도에 발을 담그는 캠스베이 일정의 셋째 날. 넬슨 만델라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갇혀 지냈던 로빈 섬과 아름다운 항구 워터프론트를 방문하는 넷째 날을 준비하면, 5박 6일 정도로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선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250만원 내외면 이 같은 일정이 가능합니다.
아틀란티스 샌듄으로 가는 길
한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비행편으로는 싱가포르 항공과 남아공 항공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은 싱가포르를 거쳐 케이프타운으로 가고, 남아공 항공은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케이프타운으로 갑니다. 시기에 따라 요하네스버그를 들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미리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수기의 경우 두 항공편 모두 왕복 130만원 내외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케이프타운 공항에 도착하면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한 호텔에서 차를 보내줍니다. 남아공은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전무한 대신 픽업 서비스가 발달해 있습니다. 호텔 리셉션을 통해 아틀란티스 샌듄을 방문하는 투어 차량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항공권 및 호텔 예약:이에스씨 www.okesc.com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아래로 몸을 굴립니다.눈을 감고 두 팔을 펴고 한동안 일어서지 않습니다.사막의 굴림에 저항하지 않고 온몸을 맡깁니다.당신의 상상에 따라 더 많은 세리머니도 가능합니다" <■글 & 사진 / 테오(여행 테라피스트)>
출처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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