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1
나호열
시를 쓰는데 정답이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닙니다. 한 작품을 통해서 다양하고 넓은 해석이 요구되는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은 어떤 의식을 가지고 시 제목을 붙일까요? 어떤 시인은 처음부터 타이틀을 달아놓고 시를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시를 한 편 완성해 놓고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어떤 경우든 제목은 시인이 전달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집약하거나 상징화 해 놓은 것입니다.
「노래 ·1」 「그의 이름은 슬픔」, 「깊은 숲」이 의미하는 바를 하나 하나 점검해 봅니다.
지난 여름 폭우가 쓸고 지나간 산골짜기 계곡에
허옇게 뿌리를 드러낸 몇 그루 나무들이
바람 속에서 실뿌리들이 필사적으로 흙을 찾아
몸을 기대고 있다
검은 흙이 실뿌리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있다
위태롭지만 아, 따스한 저 손길!
김성춘 시인의 시 「노래 ·1」
노래는 무엇입니까? 기쁠 때도 슬플때도 노래를 부르지요? 노래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 노래방 많이 가지요? 왜 일까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무엇인가와 합일되고자 하는 몰입의 상태, 감정의 순화 작용 그런 것이 아닐까요? 이 글을 쓴 시인은 노래 부르고 싶어합니다. 무엇 때문에?
「노래 ·1」은 매우 사실적인 묘사로 이루어져 있지요. 폭우와 홍수 앞에 무력하게 무너져 버리는 삶, 절망스러운 모습이 먼 기억이 아니지요? 황량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 풍경 속에서 시인이 발견하는 것은 허옇게 드러난 뿌리가 다시 활착하기 위하여 흙을 찾아 내리는 정경 하나입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시인은 그것이 다름 아닌 생명의 본질, 서로 봄 부비며, 상극이 아니라 상생하는 아름다움으로 전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마지막 한 구절을 통하여 폭우와 홍수에 휩싸이는 우리 삶의 신산함과 무력감을 상쇄시키는 희망을 소생시기는 것 입니다.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과 힘을 얻어내는 성찰을 느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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