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소설 / 나호열
언제부터의 동행인지
발걸음을 슬쩍 끼워 맞추며 물었다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까요
그는 산을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관령을 넘자 소금기가 섞인 어둠이 밀려오고
시종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요
아, 그 말 슬퍼요 지나가는 바퀴, 지나가는 바람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길은 시작도 끝도 없는 것
입으로 토해내는 거미줄 같은 것
끝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소설 인가요
말하자면 회상의 기법
추억을 되새김하다 보면 생이 끝날지도 모르지요
내용이 궁금하면 아침을 기다리면 될 것이다
이 깊은 밤의 안개가 걷히면
아득한 절벽 끝에 서 있는 주인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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