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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그림 퍼즐 / 나호열

by 丹野 2009. 10. 19.

                                                                                                       p r a h a

       

       

       

      그림 퍼즐 / 나호열 

       

      풍경은 서 있다

      벽을 뚫고 고개를 넣어도

      풍경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뿐

      쓰러지지도 모로 기울지도 않는다

      나무가 뿌리로 날갯짓하며 하늘을 날아가고

      새들은 시한부 벽보의 웅크린 글씨로 응축되어 있다

      출발선에 선 단거리 선수들의 가쁜 숨

      등을 보이며 열 걸음 걸어가는 카우보이는

      열 걸음을 걸은 후에도 몸을 돌리지 않는다

      어디서 총알이 치명적인 사랑을 겨누고

      탕! 풍경이 잠시 기우뚱하다가 오뚜기처럼 일어선다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무모한 일

      어쩐지 내세 같은, 무너진 폐허 같은

      앞뒤가 없는 풍경을 무한히 뒤집어 보는

      저 사내 쓰레기를 줍고 있다

      하염없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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