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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퍼즐 / 나호열
풍경은 서 있다
벽을 뚫고 고개를 넣어도
풍경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뿐
쓰러지지도 모로 기울지도 않는다
나무가 뿌리로 날갯짓하며 하늘을 날아가고
새들은 시한부 벽보의 웅크린 글씨로 응축되어 있다
출발선에 선 단거리 선수들의 가쁜 숨
등을 보이며 열 걸음 걸어가는 카우보이는
열 걸음을 걸은 후에도 몸을 돌리지 않는다
어디서 총알이 치명적인 사랑을 겨누고
탕! 풍경이 잠시 기우뚱하다가 오뚜기처럼 일어선다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무모한 일
어쩐지 내세 같은, 무너진 폐허 같은
앞뒤가 없는 풍경을 무한히 뒤집어 보는
저 사내 쓰레기를 줍고 있다
하염없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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