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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야성(野性) / 류인서

by 丹野 2009. 4. 18.

       

      야성(野性) / 류인서

       

      삶이 한 마리 짐승처럼 네 몸에 갇혀 울부짖는다

      삶이 회돌이를 지난 강물처럼 네 몸의 바다를 향해 줄달음친다

      고삐를 놓친 계절이 바람채찍을 휘두르며 황혼과 안개의 거리를 가로지르고

      내일을 알지 못하는 열망은 여자의 몸을 빌어 수태하지 않은 아이의 이름을 짓게 한다

      겨울은 잠시 너의 짐승이 잠드는 시간,

      너는 새를 기다리던 골짜기 벼랑 위에

      쓰러진 나무의 초록심장을 꺼내 묻어두고

      깊은데서 울리는 어둡고 비밀스런 목소리를 듣는다

      키 낮은 밤나무숲길 아래 옥수수하모니카를 불던 어제의 소녀가 걸어간다

      너는 아무 곳에도 없는 낯선 짐승

      눈과 북풍의 산맥을 넘어 나날의 전장으로 가는 사냥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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