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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 램프를 켜다

시는 불멸이고 시인은 새가 된다 / 노창재

by 丹野 2009. 3. 15.

 

 

 

 

불멸의 새가 울다

 

진란

 

 

언어의 새들이

붉은 심장 속에 둥지를 틀다

관념의 깃털을 뽑아 깔고

그 위에 씨알을 품었다

 

쓸쓸한 귀를 열고

이름 없는 시인의 가슴으로 들어간 밤

어지러운 선잠에 들려올려지는 새벽,

어디선가는 푸른 환청이 들렸다

 

꽃-피-요 꽃-피-요

 

 

 

[시평]

 

  이 시는 시인이 한편의 시를 생산해 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는 불멸이고 시인은 새가 된다. 인간의 언어가 살아있는 한 시는 영속하는 것이고 불멸하는 것이다. 시인은 언제나 쓸쓸하지만 그 내면은 뜨겁다. 굳이 이름값을 하는 시인이 아니어도 좋다. 시인은 다만 따듯한 모성으로 하나의 알을 품을 뿐이다. 밤을 세우는 과정이며 이러한 쟁투는 하루일 수도 있고 한 계절일 수도 있으며, 한 해, 나아가 시인의 일생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고독의 연속이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시인은 기꺼이 고독을 택한다. 그것은 내 것일 수도 있으면 타인의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누구의 소유이든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런 희망을 가지기 때문에 언제나 알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알은 비로소 새벽을 지나 아침이 밝을 때 순산된다. 닭이 홰를 내려와 둥지를 틀어 알 하나를 낳고 힘찬 울음을 꼬끼오, 꼬끼오 울면서 아침을 알리듯이.

 

   덧붙이자면 송재학 시인의 시 [닭, 극채색의 볏] 중에서도 마지막행 '볏이 더 붉어지면 이윽고 가뭄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 역시 고독의 절정을 은유한 구절인데 진란 시인의 이 시도 새(닭)의 이미지를 통해서 <시인>이 궁극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인식을 같이 한 경우로서 잘 읽히는 시편이라 할 수 있겠다. 윤동주 시인의 <序詩>가 갖는 은유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인 노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