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사마라스(Lucas Samaras)
길을 걷다가 나와 똑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
|
가끔 거울에 비쳐진 내 모습이 나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은 가끔이 아니라 이제까지 한번도 거울에 비쳐진 모습이 나 인적은 없었다. 거울 속의 나는 항상 나의 욕망이 투사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가끔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는, 내가 보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였던 것이다. |
|
자화상으로 만들어진 대리표상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했던 수많은 작가들은(작가 라면 누구나 자화상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
화가는 그려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신의 생각들이 켄퍼스위에 달라붙게 되지만, 사진가는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관념의 기준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찍혀지는 대상이 됨으로서 자신의 통제 밖에서 자동적으로 자화상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모습의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여지는 사진가는 자연스럽게 만족할만한 자화상이 나오기까지의 불안은 지속된다. |
사마라스 자신은 셀프포트레이트 사진을 '타자에 대한 목소리로 타자가 나에게 준 복잡한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1978년부터 80년에 걸쳐, 사마라스는 자신의 아파트에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고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 앞에선 자신의 친구들을 촬영했다. |
|
그러나 촬영주체인 사마라스 자신이 찍혀지는 대상과 함께 보여지게 되면서, 관객인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촬영자의 시선으로 고정됨과 동시에 작가와 달라붙어 있었던 시선의 관계는 분리된다. |
|
|
사진은 본질적으로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그리고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대상으로 분리 혹은 연결 되어있다. 그러나 사진에서 자화상은 이들 네 가지 요소가 작가 자신으로부터 파생되고, 수렴된다. 즉 찍는 주체임과 동시에 찍혀지는 객체가 되고, 관찰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보여지는 수동적인 대상이 된다. 그래서 단일한 주체가 있을 수 없다. 엄밀하게 말해 사진으로 만들어지는 자화상은 이제까지 자화상이라는 일반적인 범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
|
|
이러한 전략은 1983년부터 1984년에 걸쳐서 제작된 폴라로이드 파노라마 시리즈도 나타난다. 자신이나 타인의 사진을 띠모양으로 가늘게 절단해서, 다시금 연결시켜 가는 이 수법은 단일한 주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정체성을 흐트려서 뒤섞기도 하고, 혹은 되는 대로 그것을 타인의 사진과 짜맞추기도 하면서, 주체의 분열을 일으킨다. |
'이탈한 자가 문득 > 램프를 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네와 인상주의 / 노성두 (0) | 2009.03.13 |
---|---|
모방과 재현의 변증법, 시뮬라크르의 반복 복제 / 이영욱 (0) | 2009.02.24 |
한국시의 정체성 찾기 / 염창권 (0) | 2009.02.20 |
기억과 망각의 변주 : 정겨움 혹은 아픈 그리움 / 김석준 (0) | 2009.02.20 |
시적 창조의 순간 : 전도 혹은 세계라는 덫/ 김석준 (0) | 2009.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