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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새우와의 만남 / 문정희

by 丹野 2009. 2. 21.

 

 

새우와의 만남

 

문정희

 

손에 쥔 칼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그에세 선뜻 칼을 댈 수가 없었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 기내식 속에

그는 분홍 반달로 누워 있었다

땅에서 나고 가란 내가

바다에서 나고 자란 그대와

하늘 한가운데 3만 5000피트

짙푸른 은하수 안에서 만난 것은

오늘이 칠월 칠석이어서가 아니다

그대의 그리움과 나의 간절함이

사람의 눈에는 잘 안 보이는

구름 같은 인연의 실들을 풀고 풀어서

드디어 이렇게 만난 것이다

나는 끝내 칼과 삼지창을 대지 못하고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부드럽고 뜨거운

나의 입술을 그대의 알몸에 갖다 대었다

내 사랑 견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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