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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소래 폐염전

폐허, 그의

by 丹野 2009. 2. 19.

 

 

폐허, 그의

 

 

가슴에 들어갔다 나온 날이면 밤을 새운다

밤이 깊도록

쿨렁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내 가슴 언저리를 친다

  

 

사진/글꽃님

 

 

 

 

 

 

 

 

 

 

 

 

 

 

 

 

 

 

 

 

 

 

 

 

 

 

 

 

 

 

 

 

 

 

 

 

 

폐허, 그의 / 김경성

 

가슴에 들어갔다 나온 날이면 밤을 새운다

밤이 깊도록

쿨렁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내 가슴 언저리를 친다

바람이 든  뼛속, 깊이 박혀있는

녹슬고 휘어진 못의 말을 해석하면

소금기둥이었던 그의 갈비뼈 안쪽에 새겨놓은 

짠바람의 내력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아직도 소금 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바닷물은 먼발치까지

몸 걸쳤다가 간다

 

뻘 속으로 깊이 박혀서 더는 움직일 수 없는

녹슨 닻,

일생 동안 다녔던 물의 길조차 이제 희미해졌다

 

사라지는 것들은

제 몸속 잠겨 있는 빛깔 꺼내놓고 그 자리에

바스러지는 그림자로 남아있다

제 가슴을 열어놓고

바람의 길을 내어주는, 

다 사라졌으나 사라진 것이 아닌 폐염전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 있다

 

초침과 분침 무너져 내리는 그의 가슴 근처

바람에 걸려서 넘어진

그림자 화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