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그의
가슴에 들어갔다 나온 날이면 밤을 새운다
밤이 깊도록
쿨렁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내 가슴 언저리를 친다
사진/글꽃님
폐허, 그의 / 김경성
가슴에 들어갔다 나온 날이면 밤을 새운다
밤이 깊도록
쿨렁거리는 그의 숨소리가 내 가슴 언저리를 친다
바람이 든 뼛속, 깊이 박혀있는
녹슬고 휘어진 못의 말을 해석하면
소금기둥이었던 그의 갈비뼈 안쪽에 새겨놓은
짠바람의 내력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아직도 소금 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바닷물은 먼발치까지
몸 걸쳤다가 간다
뻘 속으로 깊이 박혀서 더는 움직일 수 없는
녹슨 닻,
일생 동안 다녔던 물의 길조차 이제 희미해졌다
사라지는 것들은
제 몸속 잠겨 있는 빛깔 꺼내놓고 그 자리에
바스러지는 그림자로 남아있다
제 가슴을 열어놓고
바람의 길을 내어주는,
다 사라졌으나 사라진 것이 아닌 폐염전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 있다
초침과 분침 무너져 내리는 그의 가슴 근처
바람에 걸려서 넘어진
그림자 화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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