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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쓸쓸한 향기 / 심재휘

by 丹野 2009. 2. 18.

 

 

 

쓸쓸한 향기

 

심재휘


 

봄날 그 꽃향기들이 그러하였듯이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꽃은 시들도록 열심히 피었을 뿐입니다
내가 오랫동안 바람 속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여러 꽃들이 연달아 피고 졌던 것처럼
내 몸을 제 香으로 스미고 흩어진 사람들
어디에선가 머리 위로 눈물 같은
구름을 피워 올리겠지만 그때
아무 냄새도 없는 구름들은 슬픈 짐승처럼
내게로 걸어와서 또 걸어나가겠지만
내 몸에 쌓인 그대들의 나는
오늘 나는 한없이 쓸쓸한 향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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