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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헛것 / 김충규

by 丹野 2009. 2. 11.

 

                                                                                                           p r a h a

 

 

 

헛것


김충규

 


물 속에 잠긴 달이 처연해서 손가락에 물을

묻혀 내 마른 눈썹에 발라보는 밤,

눈썹이 가늘게 떨리는 소리

물 위에 뚝뚝 떨어진다 물 속의 달이

거기 자리잡고 살겠다는 듯

환하고 가느다란 뿌리를 

사방으로 뻗고 있다 그 뿌리들 사이에서

칭얼거리는 물고기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들과 함께 나도 돌아다니고 싶다

물의 표면 고요하지만 물 속은

물고기들이 일으킨 물결로 사나워진다

그 일렁거림에 몸을 맡기면 지느러미가 없이도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

물 속 저 환한 것이 달이 아닌

헛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헛것이라도 나는 달이 좋아요

저 달이 태아처럼 부풀고 있잖아요

갑자기 내 배꼽이 아려요

태아시절의 내 탯줄이 그리워요 

내 젖은 눈썹 위로 떨어진 달빛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물 속으로

얼굴을 비춘다

헛것! 내 얼굴이 안 보인다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는 대체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