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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이사

by 丹野 2009. 2. 6.

 

 

 

이사

 

나호열


강남 이 편한 세상에 그가 왔다

검은 제복 젊은 경비원이

수상한 출입자를 감시하는 정문을 지나

대리석 깔린 안마당에 좌정했다

몸이 반 쪽으로 쪼개져도

죽지 않고 용케

당진 어느 마을 송두리째 뭉글어져도 용케

살아 남았다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머리 쓰다듬어 주고

비바람 막아주며 죽은 듯

삼 백 년 살아 있더니

이 편한 세상에

한 그루 정원수로 마음이 아프다


푸른 철책에 둘러싸여

손길 닿지 않는 그 만큼의 거리

저 불편한 세상과

이 편한 세상 사이의 침묵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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