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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바람의 경치 / 심재휘

by 丹野 2009. 1. 10.

 

 

 

 

 

바람의 경치

 -낯선 마을의 달

 

 

심재휘

 

 

겨울과 봄의 사이 또는 낮과 밤의 사이에서

생각하면 나는 어느 쪽에 서 있었던가

낯선 마을의 초입에서 어느덧 달이 뜬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도

젊은 사람들은 마을 공터에 모여

알 수 없는 저수지의 깊이에 관해서

차고 기우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돌리는 깡통 속의 불은

제 목숨으로 속없이 둥굴게 빛난다

허나 제자리에서 오래 돌수록 밝음도 지치는 것

그러면 타다 만 불씨들을 발로 비벼 끄듯

엉덩이에 붙은 검불을 떨어내듯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잠이 들 것이다

마침내는 어둠에 빚지게 될 터이다

그랬던 것이다 저 낯선 마을의 달이

어둠에 깃들어 사는 것처럼

나는 어느 쪽에서도 서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을 하나가 불현듯 내게로 다가와

나를 슬쩍 슬쩍 지나갔던 모양이다

그랬던 것이다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