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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부론에서 길을 잃다 / 김윤배

by 丹野 2009. 1. 10.

 

부론에서 길을 잃다

 

김윤배

 

 

부론은 목계강 하루 어디쯤

초여름 붉은 강물을 따라가다 만난 곳이니

하류의 마을일 것이다

가슴에 나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가을 건너고 겨울 건넜다

나는 그 긴 계절을 부론에 머물고 있었다

부론에 눈발 날리고 까마귀들이 날았을 때

부론의 붉은 하늘이

언 강 껴안고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목계강은 강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강물 가득 부론 담았던 목계강은

더 깊은 소리로 부론을 불렀다

부론은 지상에 없었다 부론은

내 가슴에 남아 쓸쓸히 낡아갔다

나는 부론을 떠나고 싶었으나

지상에 없는 부론은 출구가 없었다

나는 부론에서 길을 잃었다

부론은 내 몸의 오지였다

 

 

 

                                                                                                                                               p r a h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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