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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by 丹野 2007. 9. 8.

    사진/praha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 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