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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슬픈 꿈 / 안영희

by 丹野 2006. 3. 6.

 

 

 

 

슬픈 꿈

 

안영희

 

고즈넉이 어두워지는 겨울의 창을 바라보면
생각난다

萬鍾驛 근처 허름한 밥집
저 혼자 끓고 있는 찌게 냄비와
그 탁자 사이 두고
문득 사내가 하던 말
100일만 주어진다면, 우리가 딱 그만큼만 살고 갈 시한부라면
널 데리고 아프리카로 가겠어 거길 가면 아직도 원시로 살고 있는
그런데가 있거든
그 기원전 마을로 가서 우리가 산다면 우린 말야 무려 2천 년 하고도
100일을 함께 살 수 있을 게 아니야? 둘이서
소리없이 웃는 여자,
병색 짙은 눈 밑을 타고 내리던
눈물

수증기 흐르는 유리창을 보면
생각난다
그 슬픈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