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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개기 일식 / 박남희

by 丹野 2006. 3. 6.

 

 

 

개기 일식 

 

 박남희


산그늘에 들고 나서야
겹쳐질 때 내 몸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산그늘에 핀 꽃을 보고나서야
겹쳐진 빛이 내 몸에 온전히 스며들어
어둠과 한 몸이 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산그늘에서 벗어난 후에야
빛과 어둠의 어쩔 수 없는 친화력을
우주의 엄청난 장력으로 갈라놓으려는
시간과 공간 사이에
사랑의 주기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 순간 산그늘에 들었다 벗어나는 일이
제 몸의 일부를 떼어
하늘과 땅에게 나누어 주는 일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끝내는 제 몸에 아무런 약속도 남겨놓지 않고
또 다시 빛과 어둠으로 갈라서서
서로를 못내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늘에는 왜 매일같이
나와 상관없는 태양이 뜨고 지는지,
내 몸이 어둠일 때의 사랑이 왜 온전한 것이었는지

몰랐다, 나는 그 때
내 몸이 대책 없이 캄캄한 감옥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