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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강은 말랐을 때 비로소 깊어진다 / 복효근

by 丹野 2005. 12. 11.

 

 

 

 

강은 말랐을 때 비로소 깊어진다

 

복효근


가뭄이 계속 되고
뛰놀던 물고기와 물새가 떠나버리자
강은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처음으로 자신의 바닥을 보았다

한때
넘실대던 홍수의 물높이가 저의 깊이인줄 알았으나
그 물고기와 물새를 제가 기르는 줄 알았으나
그들의 춤과 노래가 저의 깊이를 지켜왔었구나
강은 자갈밭을 울며 간다

기슭 어딘가에 물새알 하나 남아 있을지
바위틈 마르지 않은 수초 사이에 치어
몇 마리는 남아 있을지......
야윈 몸을 뒤틀어 가슴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강은
제 깊이가 파고 들어간 바닥의 아래쪽에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가문 강에
물길 하나 바다로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