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할 수 없는 것
유미애
눈물을 말리고 돌이 된 새가 있다 떠도는 붉은 구름은 부서진 실핏줄이 만든 것
오래된 전설을 들려주듯 검은 부리가 창에 부딪친다 사물들이 이름에서 풀려나는 유리는 제3의 지대, 꽃을 쥐고 다가가는 이 손은 오각형의 질문이다
무거운 몸을 띄우듯 속눈썹을 자른다 날개는 그림자를 갖지 않는 것들의 은어, 나를 요약하는 건 절벽으로 나를 던지는 순간의 한 줄이다
유리가, 슬픈 짐승처럼 불거진 뼈를 드러낸 적이 있다 무수한 아침의 반짝임과 젖은 무릎으로 세운 모든 저녁을 파괴할 듯 덜컹거리던
유리의 흉터를 만진 적 없는 탐험가는 외쳤을 테지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다고, 그러나
팽창하는 바다와 복제된 태양을 가진 유리는 관측할 수 없는 먼 행성, 사냥꾼도 건달도 아닌 나는 신비의 새를 석궁으로 쏘았다는 늙은 뱃사람*이 되어 쓰러진 술병을 핥는다
파닥이는 창가의 돌멩이와 어느새 자라나 눈을 찌르는 잔디들, 간신히 뱉어낸 첫 울음 속에는 부푼 흙덩이와 따뜻한 굴뚝냄새가 신기루처럼 숨어 있었다는 뜻일까
네가 마주한 저 어둠은 기억의 구조물일 뿐이란다 구름이 바뀌고 있구나
날마다 이륙하는 나는 투명한 벽 앞에 있다 신의 노트 위를 표류하는 제비꽃 구절처럼 문과 문 사이에 돋은 작은 상징처럼
* 신비의 새를 석궁으로 쏘았다는 늙은 뱃사람 : 새무얼 테일러 콜리지의 「늙은 뱃사람의 노래」에서 인용.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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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애 / 1961년 경북 문경 출생. 2004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손톱』 『분홍 당나귀』.
출처 / 푸른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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