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되고 싶었다
전주 신도시 근처 마을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고인돌을 만나게 되었다.
지난겨울,
올해 이른 봄,
그리고 다시 초여름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지문이 스며있는 고인돌을 만났다.
섬이 된 고인돌을 보고 싶었다. 모내기가 시작될 무렵, 가고 또 가니 어느 날 만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섬이 되어 있었다.
슬프게도 그 섬이 되는 기간은 무논이 되는 일주일여 뿐이었다.
그 시간 나도 완벽하게 섬이 될 수 있었다. 내 안에 흘러가고 흘러오는 시간이 있으므로,
나도 입술이 있으므로
선명한 입술을 달싹이는 그 섬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3천 년 전의 말들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논으로 들어가 손을 얹으니 스며드는 말이 있었다.
이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그걸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까?
2021년 5월 25일 전주 -지금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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