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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충만한 고요

섬이 되고 싶었다-전주 오산마을 고인돌(초여름)

by 丹野 2021. 6. 15.

섬이 되고 싶었다

 

전주 신도시 근처 마을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고인돌을 만나게 되었다.

 

지난겨울,

올해 이른 봄,

그리고 다시 초여름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지문이 스며있는 고인돌을 만났다.

섬이 된 고인돌을 보고 싶었다.  모내기가 시작될 무렵, 가고 또 가니 어느 날  만날 수 있었다.

완벽하게, 섬이 되어 있었다.

슬프게도 그 섬이 되는 기간은 무논이 되는 일주일여 뿐이었다.

그 시간 나도 완벽하게 섬이 될 수 있었다. 내 안에 흘러가고 흘러오는 시간이 있으므로,

나도 입술이 있으므로

선명한 입술을 달싹이는 그 섬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3천 년 전의 말들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논으로 들어가 손을 얹으니 스며드는 말이 있었다.

이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그걸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까?

 

2021년 5월 25일 전주 -지금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