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간 후 흔들리던 팥배나무가 허공을 쓸어내리고
새가 앉았던 자리에 뭔지 모를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을 것만 같아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날아간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건너편 숲에서 한 무리의 새가 날아와서
팥배나무 붉은 열매를 부리에 물었다.
말문을 닫고 바라보는 나와
열매로 부리를 닫은 새의 거리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다. 새는 나의 눈을 바라보았지만
나는 새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사진과 인문학 > 바람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정한 연인 #2 (0) | 2022.02.01 |
---|---|
다정한 연인 #1 (0) | 2022.02.01 |
낯선 골목길을 헤매었다 #2 (0) | 2021.01.07 |
낯선 골목길을 헤매었다 #1 (0) | 2021.01.07 |
새봄,. 폭설 (0) | 202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