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붉은 바람이 불었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푸른색이었다.
꽃양귀비를 흔드는 바람은
붉은색이었다.
몸을 낮추고 바라볼 때 바람의 색은 더 붉었다.
강물을 물들이고 산 넘어가는 태양이 마지막 빛을
꽃양귀비 밭에 쏟아부었다.
섞이니
다 같이 섞이니
모두가 붉은 색깔로 물들어갔다.
바람마저 너무 붉어서 눈물이 나려는지 눈이 뜨거워졌다.
아무 날도 아닌 그런 날, 문득
저 붉음 아래 앉아서 같이 물들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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