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제 이름을 부르며 나는 새는 #1
강화도 2019년 12월
새는, 제 이름을 부르며 나는 새는 #1
멀리 갔던 바다가 먼바다의 바람까지 제 몸으로 말아서 되돌아올 때
우리는 물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거품을 앞세우며 갯고랑을 타고 오는 바다가 지는 햇빛을 받아
호박빛으로 물들어갈 때 새들이 날아올랐다. 수백 마리의 새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이름을 부르며 날아갔다.
갯고랑에 빠진 태양이 한참을 뒤척이며 번쩍거릴 때
이파리 몇 장 남은 나무는 가지를 흔들며 안녕, 잘 가라고 말했다.
멀리 가는 새들이 어디쯤에 내려앉아 긴 밤을 보내는지 알 수 없었다.
저곳에 다시 찾아가서 달이 뜰 때까지 서 있으면
새들의 안부를 들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사진과 인문학 > 가깝고도 먼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는, 몇 번이고 색을 바꾸는 나무는 (0) | 2020.01.21 |
---|---|
새는, 제 이름을 부르며 나는 새는 #2 (0) | 2020.01.20 |
섬, 색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0) | 2019.06.30 |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0) | 2019.04.09 |
천 년 동안 그 자리에 (0) | 2019.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