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바다 #6
늦여름 바다는
어두워질 때까지 제 몸 위에 나를 올려놓았다.
이따금 새떼가 서쪽으로 날아갔다.
처음에는 파랑이었다가 풀색이었다가 연두였다가 해 질 무렵에는 연두가 많이 섞인 녹청 빛으로 변했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태양이 온하늘을 붉게 물들이다가 차차 색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구름도 사라지고 몽환적인 오렌지빛 하늘과 먹색 산자락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나는 늦여름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바다에 들어가서 바다의 소리를 듣고 파장이 큰 바다음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조금이나마 알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렇게 나는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다는 바람과 공존했고 바다와 바람은 공생의 관계였다.
그,
사이에 내가 있었다. 더할 것도 버릴 것도 없는 다 벗은 내가 있었다.
늦여름 바다 백사장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서 끝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본 것은
풍경 속에 오롯이 앉아있는
나였다.
- 2019년 8월 26일 망상해수욕장에서
Connie's Butterfly - Shardad R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