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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날다 / 황정산

by 丹野 2019. 8. 9.



날다

 

   황정산

 

 

 

벚꽃 잎이 날고 있다

 

날아가는 꽃잎이 지워진다

차창에 하나씩 달라붙는다

 

달라붙어 파닥인다

날았던 자세를 떠올리고

꿈틀대며 날개의 형상을 기억해낸다

 

나는 것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젖은 무게가 잠시 몸을 말린다

가벼워 다시 날다 젖어 가라앉는다

가벼워 젖고 무거워 난다

 

벚꽃 잎이 날다 차창에 달라붙는다

달라붙어 날개를 단다

날개만큼 더 무거워지고 다시 젖는다

날다 젖다 가라앉는다

가벼운 것들은 없어진 무게를 가지고 있다

 

비가 온다

아무 것도 날지 않는다

벚꽃 잎이 날리고 있다

 

 

           ⸺계간 딩아돌하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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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 1958년 전남 목포 출생. 고려대학교 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92창작과비평에 평론, 2002정신과표현에 시로 등단. 저서로 주변에서 글쓰기』 『쉽게 쓴 문학의 이해. 현재 대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