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등뼈를 어루만지며

by 丹野 2019. 8. 11.



등뼈를 어루만지며 / 김경성

 

 

종달리 해변 둥그렇게 휜 바다의 등 위에 올라앉아

 

내 등뼈를 어루만졌다

 

목뼈에서부터 등뼈를 타고 내려와 꼬리가 있던 곳까지 천천히 만졌다

 

오롯이 솟아있던 어린 등뼈 오간 데 없다

 

살집 속에 숨어버린 등뼈는 손가락으로 여러 번 어루만져야 드러났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내 몸에서 가장 먼, 그대 여린 숨결 같은 불을

 

밝히는 등

 

 

 

등을 타고 흐르는

 

손이 닿으면 금세 젖는

 

나보다 그대의 눈에 더 잘 보이는

 

나란히 누우면 물 흘러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닿을 수 없는 강,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종달리 해변처럼 둥그렇게 잘 말아서

 

천천히 흐르게 하자

 

 

 

투 둑

 

강이 구부러지는 소리

 

투 두둑

 

물이 꺾이는 소리

 

내 안에 그토록 많은 사금파리가 들어 있었다니

 

하염없이 앉아서 구부러진 등뼈를 어루만졌다

 

흐르지 않고

 

상처의 틈에 고이는 물이

 

몸 안에서 출렁,

 

파랑주의보다

 










'丹野의 깃털펜 > 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티나무 룽다   (0) 2019.08.11
녹슬지 않는 잠  (0) 2019.08.11
선암매  (0) 2019.08.11
가을 숲의 숨  (0) 2019.08.11
허공의 무덤  (0) 201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