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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느티나무 룽다 / 김경성,낭송 : 최경애

by 丹野 2016. 10. 3.

                

느티나무 룽다 / 김경성 / 낭송 : 최경애



https://youtu.be/6B-tnVAhxW8



느티나무 룽다 / 김경성 , 낭송 : 최경애 


불이 지나간 자리가 차다

그을음이 울음으로 읽히는 석조대좌에

바람과 구름이 빚어내는 이끼꽃이 뒤덮여 있다

불길이 지나간 그 속에는 스치기만 해도 전 생애가 흔들리는

간절한 기도가 들어 있다

귓가를 스치던 것들의 소리와

멀리 혹은 가까이 바라봤던 것들을 제 몸속에 넣어두고

민흘림기둥이 있던 주춧돌 아래 옛 길을 숨겨놓았다

홀로 서서 느티나무와 거리 재기하며

그림자로 말을 주고받는 삼층석탑

풍탁소리 번지는 자리마다

지나간 시간을 다 들어 올릴 듯 꽃다지 냉이꽃 피었다

잠들어 있는 것들도 뒤척이며 조금씩 길을 풀어 놓는다

불길이 지나갈 때 하늘 모퉁이에서 몇 번이나 적란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는가

아직도 숨 닫지 않은 우물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와

천 년 전의 기억들은 모두 명주실 같은 실핏줄이 되어서 회랑을 돌아다닌다

거돈사지 느티나무

봄이면 가지 끝에 내다 거는 룽다를 헤아리는 데 천 년이 걸렸다

수억 만 장의 이파리룽다에 그물 무늬로 새겨놓은

옴마니반메홈

폐사지의 주불전이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3월 신작시

 

김경성

 2011년 `미네르바` 로 등단

시집 [와온][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