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간
이현서
명치끝에 걸린 달의 시간을 열고
참방참방 슬픔과 모의한 눈물의 수위가 차올랐다
아픈 그녀는 또 이 세상에 없는 문장을 뒤적거렸다
지독한 행각을 뒤적이자 오래 갇혀있던 목록들, 파르스름한 정맥을 따라 맨발로 걸어 나왔다
우레를 건너온 시리고 아픈 발자국이 비바람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다
붉은 눈시울 너머 물컹, 한덩이 슬픔이 만져진다
풀등으로 솟아오른 기억의 모퉁이에서
모호한 협의를 구겨 넣은 그림자가 삐걱거리는 문장으로 번역된다
모레시계처럼 거꾸로 쏟아지는 시간들이
헐거워진 가계를 복제하고 있다
음역을 이탈한 겹겹의 구름을 껴입고
알 수 없는 바람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꽃잎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수거함 위로
굴욕처럼 봄이 서성인다
먼 희미함의 세계에서 천변을 달리는
아이의 발자국마다 수많은 당신이 깨어난다
—《미네르바》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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