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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 / 이병률

by 丹野 2014. 5. 25.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

   

  이병률

 

 

   

  비밀 하나를 이야기해야겠다

 

  누군가 올 거라는 가정하에서

  가끔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간다는 비밀 하나를

 

  어디서 누가 올 것인지

  그것이 몇 시인지

 

  남의 단추를 내 셔츠에

  채울 수 없는 것처럼 모른다

 

  녹으려는 시간을 붙잡자며

  그때마다 억세게 터미널엘 나갔다

 

  한 말의 소금을

  한 잔의 물로 녹이자는 사람처럼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간들을 기다렸다

 

  떠난다는 말도 도착한다는 말도

  결국은 헛된 말일 것이므로

  터미널에 가서 봄처럼 지냈다

 

  나직하게 비밀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가끔 내가 사라지는 것은

  그곳에 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오해가 걷힐 것 같아

  최선을 다해 당신에게 말하건대

  나는 가끔씩 사라져서

  터미널에 나가 오지도 않은 사람을 기다린다.

 

 

 

 

- 계간 『시인수첩』 2014년 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