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람 타고, 바다 건너 온 봄, 두 볼 간질이네
충남 태안으로 떠난 봄여행 한국일보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입력 2014.03.05 06:03
봄 알리는 것은 꽃보다 바람이 먼저다. 꽃 피기 전부터 바람 순해지니 그렇다. 봄은 바다에 처음 닿는다. 나무 푸르러지기 전부터 바다가 파랗게 변신한다. 봄은 바다 건너 와서 뭍으로 오르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니 봄 마중은 바다로 가야한다. 충남 태안의 해변을 걷는데, 바람 타고 바다 건너 막 당도한 봄이 두 볼을 간질인다. 겨우내 굳었던 근육은 고운 볕에 완전 무장해제!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에서 만난 봄…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부터 들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소원면 천리포해변 옆에 있다. 원래 연구를 위해서만 개방되던 곳. 지난 2009년에 일반인들이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소나무 숲길 지나면 연못, 그 너머에 정원과 꽃밭이 정갈하다. 풍년화, 설강화, 복수초, 매화…. 봄은 수목원 곳곳에 흔적을 부려놓고 있다. 살포시 내려앉은 봄과 마주하는 설렘이 나쁘지 않은 오후. 해변 의자에 몸 파묻고 게으름 부린다. 바다에 둥실 떠 있는 낭새섬이 옅은 해무 뒤에서 인사한다. 해변 따라 늘어선 소나무 숲길을 산책한다. 상록수만큼 싱싱한 봄이 이곳에 있다.
귀화 미국인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원장이 이 수목원 조성했다. 1945년 해군 장교로 한국에 처음 와서 한국이 좋아, 파란 눈의 한국인이 된 그다. 1962년 사재 털어 부지 매입하고 이후 한 그루, 한 그루 나무 심어 메마른 이 땅을 늘 푸른 수목원으로 탈바꿈시켰다. 40여년 흐르고, 이제 60여 나라에서 들여온 1만4,000여종의 식물들이 그가 일군 땅에 뿌리 내리고 산다.
천리포수목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아니,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통한다. 국제수목학협회가 2000년에 이곳을 '매우 특징적인(장점이 많은) 수목원(Arboretum distinguished for merit)'이라고 칭한 것이 계기가 된다. 이런 호칭 받은 곳은 당시까지 세계에서 열두 곳 뿐. 아시아에서는 이곳이 처음이다. 민 원장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해석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이렇게 불린다.
가서 보면 이 수식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연못은 고요하고 상록수는 무성하다. 해변 따라 가는 숲길이 멋지고 바람 소리, 새 소리 참 선명하다. 그의 열정과 사랑이 정말 예쁜 수목원 만들어 놓았다. 이런 공간 하나 가슴에 품으면 푸석한 일상에 큰 위안 된다. 천천히 발걸음 옮기니 척박한 마음에도 늘 푸른 나무하나 새겨진다.
●바람의 놀이터…신두리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에서 학암포해변 방향으로 간다. 태안의 북쪽이다. 지도 놓고 보면, 태안은 뭍에서 서해로 툭 튀어나와 위 아래로 길게 뻗는다. 태안읍 가운데 두고 아래쪽에는 그 유명한 안면도와 천수만이 있다. 사람들 보통 안면도 찾아 남쪽으로 많이 간다. 위쪽으로는 신두리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와 학암포해변, 이원반도, 가로림만 등이 이름 알리는 곳들이다. 한여름이나 되어야 북적인다. 안면도에 비해 덜 유명해도 '아는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봄은 호젓하게 맞아야 여운이 오래간다. 북쪽으로 가는 이유다.
원북면 신두리해변 배후가 신두리해안사구다. 해변에 형성된 거대한 모래언덕이다. 바람이 조각한 거대한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여기는 꼭 들른다. 펜션 사이를 지나 해변으로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나 보던 황량한 사막의 느닷없는 등장. 눈이 깜짝 놀란다. 서울 여의도 면적 보다 조금 더 큰, 길이 약 3.4㎞, 너비 0.5∼1.3㎞ 규모의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 '한국의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이 어깨를 툭 치고 지난다. 이 대단한 '모래성' 쌓은 그 바람이다. 바람은 1만5,000년 동안 해변의 모래를 조금씩 밀려 올렸다. 등산하듯 언덕을 오른다. 또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며 썰매도 탄다. 탐방로 따라 모래언덕 사이도 걸어본다. 바람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있다. 바람은 언덕 표면에 고운 모래로 파도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무얼 하든 기분 별나고, 신이 난다. 이곳에선 볕 받아 순해진 바람과 함께 놀 수 있다.
신두리해안사구는 원래 억새와 각종 식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아까시아 등 외래식물 다 걷어내니 '짠'하고 속살이 드러났다. 이게 2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에 가봤다면 무성한 억새밭만 봤을 거다. 2009년 기막힌 반전으로 호평을 얻었던 영화 <마더>에서, 처음과 마지막 장면, 도준(원빈 분)의 어머니(김혜자 분)가 덩실덩실 춤을 추던 그 억새밭이 바로 여기였다. 바람은 이곳에 해당화 씨앗도 부렸단다. 여름에 해당화 피면 더 예쁘단다.
두웅습지는 신두리해안사구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금빛 띠는 금개구리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니 아이와 함께 간다면 들러서 찾아본다. 사구와 습지가 함께 있는 것이 신두리해안사구의 특징이다.
해안사구 앞은 신두리해변이다. 언덕에 올라서 바다도 바라보고, 봄 볕 받으며 해변도 걸어본다. 봄을 품어 반짝이는 바다가 참 곱다. 2007년에 발생했던 태안 원유유출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이라는데, 지금은 이 흔적 전혀 찾을 수 없다.
● 각양각색 해변 따라 가는 봄 드라이브
신두리해변에서 다시 북쪽으로 간다. 먼동, 구례포, 학암포, 사목, 꾸지나무골…. 해변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작고 소담한 곳도 있고, 장쾌한 풍광 보여주는 곳도 있다.
원북면의 먼동해변으로 간다. 길지 않은 해안선이 뭍으로 쑥 들어온 덕에, 갯바위와 바다로 튀어나온 육지가 사위를 에두른다. 이러니 분위기는 봄처럼 따뜻하고 아늑하다. 해변은 어깨를 마주 대고 걷는 연인들의 차지. 봄이 반가운 사람들은 참 많다.
20여년전 '먼동'이라는 TV드라마에 등장하며 해변 이름이'먼동해변'이 됐다. 거북 닮은 '거북바위'에 나무 한그루 덩그렇고, 그 너머로 바위섬 하나 겹쳐진다. 이 풍경 참 고즈넉하고 편안하다. '용의전설' '야망의 전설' '불멸의 이순신' 등 이후에도 숱한 드라마에 해변이 등장한다. 해넘이도 예쁘다.
인근 구례포에서는 소나무 숲을 꼭 걸어본다. 여름이면 야영장으로 쓰여 야단법석이었을 곳. 지금은 우아한 산책 가능하니, 계절 앞서 온 덕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학암포해변에서는 그 유명한 소분점도를 보며 해변을 걷는다. 해넘이에 맞춰 가면 더 좋으니 기억해 둔다. 할미할아비바위가 있는 꽃지해변이 안면도의 해넘이 포인트라면, 북쪽에서는 소분점도가 있는 학암포해변이 이에 해당한다. 사진 동호인들 많이 찾는다.
학암포에서 이원면으로 넘어가는 이원방조제에 3km에 달하는 벽화가 있다. 2007년 원유유출사고 때 기름 제거작업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벽화다. 벽화도 벽화지만 방조제에 올라 바라보는 이원반도의 풍광이 장쾌하다. 방조제 지나서부터 바다로 뻗은 땅이 이원반도다.
사목해변은 이원반도의 좌우의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 해변 왼쪽, 소나무 울창한 바위 언덕이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다. 옛날에 꾸지뽕나무가 많아 이름 붙은 꾸지나무골해변도 먼동해변 만큼이니 아늑한 분위기 일품이다.
만대포구에 닿는다. 태안 땅의 북쪽 끝. 70년대까지 태안읍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이 제대로 뚫리지 않았단다. 길이 험해 '가다 만다(만 데)'고 해 '만대'라는 이름 붙었단다. 이곳 사람들 역시 바닷길 이용해 인천을 오가는 것이 훨씬 편했다.
만대포구에서 길은 끝난다. 그래서 지도에는 태안의 '땅끝마을'로 표시돼 있다. 길 끝에서 바다 마주하고 서면 끝이 주는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런데 뒤돌아서면 끝은 시작이 된다. 불 밝힌 소담한 포구의 정취가 다시 가슴 뛰게 만든다. 계절의 시작 알리는 봄, 가슴에 잔뜩 담으니 삶을 다시 시작할 힘 생긴다.
●여행메모
△ 태안 해안선을 따라 해변길이 조성돼 있다. 총 7개 코스가 있는데, 봄바람 맞으며 바다 옆에 끼고 걸어보고 싶다면 이 길을 뒤적거려본다. 해변길 1코스(바라길·12km)가 신두리해변에서 시작해 먼동, 구례포를 지나 학암포까지 이어진다. 신두리해변에서 만리포해변까지 이어지는 해변길 2코스(소원길·22km)를 걷다보면 천리포수목원을 만난다. 만대포구에서는 태안의 상징인 바다와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솔향기길 1코스(10.2km)가 시작된다. 길은 꾸지나무골해변까지 이어진다.
△천리포수목원(041-672-9982)에 숙박시설이 있다. 2~10인까지 이용 가능한 다양한 한옥형태의 힐링하우스가 인기다. 신두리해안사구 들머리에 펜션들 많다.
태안=글ㆍ사진 김성환기자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천리포수목원부터 들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소원면 천리포해변 옆에 있다. 원래 연구를 위해서만 개방되던 곳. 지난 2009년에 일반인들이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소나무 숲길 지나면 연못, 그 너머에 정원과 꽃밭이 정갈하다. 풍년화, 설강화, 복수초, 매화…. 봄은 수목원 곳곳에 흔적을 부려놓고 있다. 살포시 내려앉은 봄과 마주하는 설렘이 나쁘지 않은 오후. 해변 의자에 몸 파묻고 게으름 부린다. 바다에 둥실 떠 있는 낭새섬이 옅은 해무 뒤에서 인사한다. 해변 따라 늘어선 소나무 숲길을 산책한다. 상록수만큼 싱싱한 봄이 이곳에 있다.
귀화 미국인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원장이 이 수목원 조성했다. 1945년 해군 장교로 한국에 처음 와서 한국이 좋아, 파란 눈의 한국인이 된 그다. 1962년 사재 털어 부지 매입하고 이후 한 그루, 한 그루 나무 심어 메마른 이 땅을 늘 푸른 수목원으로 탈바꿈시켰다. 40여년 흐르고, 이제 60여 나라에서 들여온 1만4,000여종의 식물들이 그가 일군 땅에 뿌리 내리고 산다.
천리포수목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아니,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통한다. 국제수목학협회가 2000년에 이곳을 '매우 특징적인(장점이 많은) 수목원(Arboretum distinguished for merit)'이라고 칭한 것이 계기가 된다. 이런 호칭 받은 곳은 당시까지 세계에서 열두 곳 뿐. 아시아에서는 이곳이 처음이다. 민 원장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해석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이렇게 불린다.
가서 보면 이 수식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연못은 고요하고 상록수는 무성하다. 해변 따라 가는 숲길이 멋지고 바람 소리, 새 소리 참 선명하다. 그의 열정과 사랑이 정말 예쁜 수목원 만들어 놓았다. 이런 공간 하나 가슴에 품으면 푸석한 일상에 큰 위안 된다. 천천히 발걸음 옮기니 척박한 마음에도 늘 푸른 나무하나 새겨진다.
●바람의 놀이터…신두리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에서 학암포해변 방향으로 간다. 태안의 북쪽이다. 지도 놓고 보면, 태안은 뭍에서 서해로 툭 튀어나와 위 아래로 길게 뻗는다. 태안읍 가운데 두고 아래쪽에는 그 유명한 안면도와 천수만이 있다. 사람들 보통 안면도 찾아 남쪽으로 많이 간다. 위쪽으로는 신두리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와 학암포해변, 이원반도, 가로림만 등이 이름 알리는 곳들이다. 한여름이나 되어야 북적인다. 안면도에 비해 덜 유명해도 '아는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 봄은 호젓하게 맞아야 여운이 오래간다. 북쪽으로 가는 이유다.
원북면 신두리해변 배후가 신두리해안사구다. 해변에 형성된 거대한 모래언덕이다. 바람이 조각한 거대한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여기는 꼭 들른다. 펜션 사이를 지나 해변으로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나 보던 황량한 사막의 느닷없는 등장. 눈이 깜짝 놀란다. 서울 여의도 면적 보다 조금 더 큰, 길이 약 3.4㎞, 너비 0.5∼1.3㎞ 규모의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 '한국의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이 어깨를 툭 치고 지난다. 이 대단한 '모래성' 쌓은 그 바람이다. 바람은 1만5,000년 동안 해변의 모래를 조금씩 밀려 올렸다. 등산하듯 언덕을 오른다. 또 언덕 아래로 미끄러지며 썰매도 탄다. 탐방로 따라 모래언덕 사이도 걸어본다. 바람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있다. 바람은 언덕 표면에 고운 모래로 파도모양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무얼 하든 기분 별나고, 신이 난다. 이곳에선 볕 받아 순해진 바람과 함께 놀 수 있다.
신두리해안사구는 원래 억새와 각종 식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아까시아 등 외래식물 다 걷어내니 '짠'하고 속살이 드러났다. 이게 2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에 가봤다면 무성한 억새밭만 봤을 거다. 2009년 기막힌 반전으로 호평을 얻었던 영화 <마더>에서, 처음과 마지막 장면, 도준(원빈 분)의 어머니(김혜자 분)가 덩실덩실 춤을 추던 그 억새밭이 바로 여기였다. 바람은 이곳에 해당화 씨앗도 부렸단다. 여름에 해당화 피면 더 예쁘단다.
두웅습지는 신두리해안사구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금빛 띠는 금개구리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니 아이와 함께 간다면 들러서 찾아본다. 사구와 습지가 함께 있는 것이 신두리해안사구의 특징이다.
해안사구 앞은 신두리해변이다. 언덕에 올라서 바다도 바라보고, 봄 볕 받으며 해변도 걸어본다. 봄을 품어 반짝이는 바다가 참 곱다. 2007년에 발생했던 태안 원유유출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이라는데, 지금은 이 흔적 전혀 찾을 수 없다.
● 각양각색 해변 따라 가는 봄 드라이브
신두리해변에서 다시 북쪽으로 간다. 먼동, 구례포, 학암포, 사목, 꾸지나무골…. 해변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작고 소담한 곳도 있고, 장쾌한 풍광 보여주는 곳도 있다.
원북면의 먼동해변으로 간다. 길지 않은 해안선이 뭍으로 쑥 들어온 덕에, 갯바위와 바다로 튀어나온 육지가 사위를 에두른다. 이러니 분위기는 봄처럼 따뜻하고 아늑하다. 해변은 어깨를 마주 대고 걷는 연인들의 차지. 봄이 반가운 사람들은 참 많다.
20여년전 '먼동'이라는 TV드라마에 등장하며 해변 이름이'먼동해변'이 됐다. 거북 닮은 '거북바위'에 나무 한그루 덩그렇고, 그 너머로 바위섬 하나 겹쳐진다. 이 풍경 참 고즈넉하고 편안하다. '용의전설' '야망의 전설' '불멸의 이순신' 등 이후에도 숱한 드라마에 해변이 등장한다. 해넘이도 예쁘다.
인근 구례포에서는 소나무 숲을 꼭 걸어본다. 여름이면 야영장으로 쓰여 야단법석이었을 곳. 지금은 우아한 산책 가능하니, 계절 앞서 온 덕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학암포해변에서는 그 유명한 소분점도를 보며 해변을 걷는다. 해넘이에 맞춰 가면 더 좋으니 기억해 둔다. 할미할아비바위가 있는 꽃지해변이 안면도의 해넘이 포인트라면, 북쪽에서는 소분점도가 있는 학암포해변이 이에 해당한다. 사진 동호인들 많이 찾는다.
학암포에서 이원면으로 넘어가는 이원방조제에 3km에 달하는 벽화가 있다. 2007년 원유유출사고 때 기름 제거작업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벽화다. 벽화도 벽화지만 방조제에 올라 바라보는 이원반도의 풍광이 장쾌하다. 방조제 지나서부터 바다로 뻗은 땅이 이원반도다.
사목해변은 이원반도의 좌우의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다. 해변 왼쪽, 소나무 울창한 바위 언덕이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다. 옛날에 꾸지뽕나무가 많아 이름 붙은 꾸지나무골해변도 먼동해변 만큼이니 아늑한 분위기 일품이다.
만대포구에 닿는다. 태안 땅의 북쪽 끝. 70년대까지 태안읍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이 제대로 뚫리지 않았단다. 길이 험해 '가다 만다(만 데)'고 해 '만대'라는 이름 붙었단다. 이곳 사람들 역시 바닷길 이용해 인천을 오가는 것이 훨씬 편했다.
만대포구에서 길은 끝난다. 그래서 지도에는 태안의 '땅끝마을'로 표시돼 있다. 길 끝에서 바다 마주하고 서면 끝이 주는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런데 뒤돌아서면 끝은 시작이 된다. 불 밝힌 소담한 포구의 정취가 다시 가슴 뛰게 만든다. 계절의 시작 알리는 봄, 가슴에 잔뜩 담으니 삶을 다시 시작할 힘 생긴다.
●여행메모
△ 태안 해안선을 따라 해변길이 조성돼 있다. 총 7개 코스가 있는데, 봄바람 맞으며 바다 옆에 끼고 걸어보고 싶다면 이 길을 뒤적거려본다. 해변길 1코스(바라길·12km)가 신두리해변에서 시작해 먼동, 구례포를 지나 학암포까지 이어진다. 신두리해변에서 만리포해변까지 이어지는 해변길 2코스(소원길·22km)를 걷다보면 천리포수목원을 만난다. 만대포구에서는 태안의 상징인 바다와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솔향기길 1코스(10.2km)가 시작된다. 길은 꾸지나무골해변까지 이어진다.
△천리포수목원(041-672-9982)에 숙박시설이 있다. 2~10인까지 이용 가능한 다양한 한옥형태의 힐링하우스가 인기다. 신두리해안사구 들머리에 펜션들 많다.
태안=글ㆍ사진 김성환기자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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