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퍼즐
위험한 퍼즐 / 김경성
-해바라기
소금쟁이 다리에 찔린 물의 껍질 찢어지지 않게
여뀌꽃 핀 자리마다 칡잎 펼쳐 씨앗 받고 있었다
떠나가는 그대 뒷모습 바라보면서
그만큼이어도 좋겠다고 그물 뒤집어쓰고 고개 숙였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물에 걸리는 것은
꽃가루 쓸어내는 바람 굴려서 만든 솟을금강저꽃살문
한 개라도 흐트러지면 모두 무너지고 말, 위험한 퍼즐이었다
고흐의 그림으로 들어가서
미술관 벽에 걸릴 때마다 쏟아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몸 닳도록 바라보고 있어도
붉은 마음 내려놓고 자꾸만 멀어져가는 그대, 몸 안에 들이고 말았다
함께 무너지자고 발등 덮을 만큼 그렇게 많이 너를 쏟아내고 나니
허리가 꺾이고 빈 그물만 온몸을 덮고 있었다
뜯겨나간 꽃살문 뭉근한 자국마다
자욱이 배어 있는 퍼즐 무늬
억새꽃 붉어지도록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너의 체취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10
'丹野의 깃털펜 > 시집『와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레박 (0) | 2010.10.22 |
---|---|
실크 로드 (0) | 2010.10.21 |
나무의 원적 (0) | 2010.10.21 |
마애불 옷자락에 숨어들겠다 (0) | 2010.10.21 |
채석강, 그 이면에 (0) | 2010.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