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의 바깥
김경성
백 년이 넘는 시간이 폭설에 무너졌다 생살이 찢기어지고 뼈마디가 툭툭 부러졌다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는 지층 속의 기운을 받아들였던 곳
우지끈 부러질 때, 울음의 파문은 바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거북이 등 같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해마다 적어놓은 말들이 시간의 경계에 걸려서 땅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한 생애 동안 떠받치고 있던 하늘을 내려놓고 묵언수행 중이다
머릿속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에 휘청거린다 내몸이 균형을 잡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사는 동안 내 안에 어떤 울음이 자라고 있어서
마음 바깥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날마다 출렁이기만 하는가
상처에 고여있는 나무의 울음이 출렁이고
내안에서 자라는 울음의 나무는 숲이 되어서
심하게 흔들린다
-『미네르바』2013년 가을호
김경성 시인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11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와온』(문학의전당, 2010)이 있음.
출처 - 웹진시인광장 http://seeinkwang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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