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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울음의 바깥 - 김경성 ㅡ 21세기 한국시단

by 丹野 2013. 9. 10.

 

 

 

울음의 바깥

 

김경성

 

 

백 년이 넘는 시간이 폭설에 무너졌다 생살이 찢기어지고 뼈마디가 툭툭 부러졌다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는 지층 속의 기운을 받아들였던 곳

우지끈 부러질 때, 울음의 파문은 바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거북이 등 같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해마다 적어놓은 말들이 시간의 경계에 걸려서 땅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한 생애 동안 떠받치고 있던 하늘을 내려놓고 묵언수행 중이다

 

머릿속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에 휘청거린다 내몸이 균형을 잡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사는 동안 내 안에 어떤 울음이 자라고 있어서

마음 바깥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날마다 출렁이기만 하는가

 

상처에 고여있는 나무의 울음이 출렁이고

내안에서 자라는 울음의 나무는 숲이 되어서 

심하게 흔들린다

 

 

 

 

 -『미네르바』2013년 가을호

 

 

 

 

 

 

김경성 시인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11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와온(문학의전당, 2010)이 있음.

 

 

 출처 - 웹진시인광장  http://seeinkwang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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