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깃털 / 이희원

by 丹野 2013. 3. 14.

 

깃털 / 이희원

 

저기 하늘을 놓친 깃털이 있다

족쇄 채워진 새의 일부가 있다

내가 지상으로 내려온 지는 수억 년이 넘었다

내가 이렇게 묶인 지도 한 1만 넌은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말의 노예가 아니었다.

내가 보고 온 하늘과 태양을 노래하고 싶었다.

 

나를 먹물 속에 담그거나

언제부턴가는, 내 몸에 멕물을 집어넣고는

내 몸에서 말즙을 짜내기 시작했다

 

어떤 기록은 왜곡의 산실이다

내 깃가지를 비틀어도

나는 그런 말을 토해낸 적이 없다.

 

내 거처는 저 텅 빈 하늘이다.

예초부터 나는 정착을 모른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새다

 

1만 개의 깃털을 핥아 가지를 곧추 세운다.

한태 만년필이었던 말이었던, 깃털이

백지 위에서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왜곡은 왜곡일 뿐이다.

 

 

 

-「리토피아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