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 이희원
저기 하늘을 놓친 깃털이 있다
족쇄 채워진 새의 일부가 있다
내가 지상으로 내려온 지는 수억 년이 넘었다
내가 이렇게 묶인 지도 한 1만 넌은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말의 노예가 아니었다.
내가 보고 온 하늘과 태양을 노래하고 싶었다.
나를 먹물 속에 담그거나
언제부턴가는, 내 몸에 멕물을 집어넣고는
내 몸에서 말즙을 짜내기 시작했다
어떤 기록은 왜곡의 산실이다
내 깃가지를 비틀어도
나는 그런 말을 토해낸 적이 없다.
내 거처는 저 텅 빈 하늘이다.
예초부터 나는 정착을 모른다.
결국 나는 처음부터 새다
1만 개의 깃털을 핥아 가지를 곧추 세운다.
한태 만년필이었던 말이었던, 깃털이
백지 위에서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왜곡은 왜곡일 뿐이다.
-「리토피아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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