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거둔 자리
김병호
새들의 덧문 같은 울음이
온몸을 묶었다
녹슨 문장을 거느린 나무들과
먼 심장박동 소리 같은 저녁 구름들
남은 햇살을 한 땀 한 땀 기우며
사내가 몸과 기억의 사이를 건너자
강기슭의 한 끝과 꽃 진 나무
사이를 늘이며 비가 내렸다
빈 강의 빗소리는 배 속 하얀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길 잃은 별자리들의 남루한 기척 같기도 했는데
기척보다 울음보다
먼저 생겨난 물빝의 잠이 사내를 받아주었다
사내의 미소가 물여울처럼 출렁이고
구두 한 짝이 천둥소리로 흘렀다
—《밤새 이상李箱을 읽다》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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