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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by 丹野 2012. 10. 27.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것은 치욕이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

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

지쳐 있었다

건너가야 할 하루는

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

살아야 한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 것이나 잡았다

그래,

지금 이 높다란 붉은 담장 기어오르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냐

흡혈귀처럼 붙어있는 이것이

나의 사랑은 아냐

살아온 나날들이

식은 땀 잎사귀로 매달려 있지만

저 담장을 넘어가야 한다

당당하게 내 힘으로 서게 될 때까지

사막까지라도 가야만 한다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더 멀리 달아나는 생명의

원심력-

 

 

 

회암사에서

 

 

 

 

 

 

 

 

 

 

 

 

 

저, 나무가 저토록 오래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저, 부드러운 손길 때문이었으리라...
저, 따스한 손을 보게나 그대여

 

저, 붉은 입술을 보게나

 

-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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