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당해 떠난지 145년… 佛서 돌아오는 ‘외규장각 의궤’ 297권 5가지 궁금증
국민일보 | 입력 2011.04.04 18:12 | 수정 2011.04.04 21:31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조선왕조 기록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외규장각 의궤 297권이 드디어 돌아온다. 프랑스 군대가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지 145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합의하고, 지난 2월 양국이 공식 서명함에 따라 의궤는 빠르면 11일부터 본격 귀환길에 오르게 됐다.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궁금증을 다섯 가지 문답을 통해 알아본다.
◇일정은 어떻게 되나=지난달 13일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조현종 학예연구실장, 오연찬 학예연구관 등 외규장각 의궤 협상팀이 프랑스로 출국해 실무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다음주부터 5월 3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항공편으로 외규장각 의궤를 한국에 가져오는 것으로 협의했다. 현재 디지털화 작업이 한창인데 이 작업이 끝나는 순서대로 들여올 예정이지만 한 번 귀환할 때마다 몇 권씩 분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가 전부 돌아오면 일부를 선별해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귀향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통의례에 따른 다채로운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워낙 중요하고 관심이 있는 유물이 돌아오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약탈부터 반환까지 145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의궤의 의의를 조명하는 행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서책들이 포함되나=의궤란 조선시대 왕실의 각종 행사를 그림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문서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의궤는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 '장례도감의궤(葬禮都監儀軌)' '천릉천원도감의궤(遷陵遷園都監儀軌)' '친경의궤(親耕儀軌)' '영정도감의궤(影幀都監儀軌)' 등 191종 298권이었다.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993년 영구 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에 돌아오는 297권 가운데 조선 왕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관혼상제를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영조가 계비인 정순왕후를 맞아들일 때의 행렬을 옮겨놓은 '영조·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는 글씨가 반듯하고 채색도 선명하다. 왕이 타는 가마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고 문무 대신들의 의복과 무기까지 세밀한 표현이 돋보인다.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국장에 관한 제반사항을 기록한 '장렬왕후 국장도감의궤'는 흰옷을 입고 상여를 메고 가는 행렬과 곡을 하는 궁녀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순조가 생모인 수빈 박씨의 회갑을 맞아 베푼 연호 그림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당시 의식과 음식을 살펴볼 수 있다. '효순현빈예장도감의궤' '의소세손 예장도감의궤' '순강원 상시봉원도감의궤' 등도 마찬가지다.
◇보관은 어디에서 하나=문화재청은 귀환한 의궤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고 첨단기술에 의한 보존이 용이한데다 국내외 관람객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문화재는 원래 있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강화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강화도에 강화역사박물관이 생겨 이곳이 보관 장소로 더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여 조건은 무엇인가=외규장각 의궤는 반환이 아니라 대여, 즉 빌려오는 것이다. 5년 단위로 대여를 하고 5년이 지나면 매번 경신하는 방식이다. 대여 형식의 조건부 반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여이기 때문에 소유권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 이를 두고 "우리 문화재를 빌려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론과 "이 방법으로라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의궤를 복사, 촬영, 전시 등에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소유권자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프랑스가 반대하면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데, 실무협상에서 프랑스의 동의를 어느 수준까지 얻어내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사실상 의궤를 넘겨주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상당 부분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화재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국내에 있는 의궤 가운데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2940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는 490권이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는 어람용(御覽用·임금이 열람하도록 고급스럽게 꾸민 의궤)과 유일본이 다수 포함돼 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보나 보물로는 지정할 수 없다. 외국에 소유권이 있는 문화재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청도 돌아오는 의궤에 대한 국보나 보물 지정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소유권자가 아니어도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품이다. 1377년 충북 청주시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심경은 청주시가 신청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외규장각 의궤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반대하지 않으면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궤의 가치를 세계에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가 전부 돌아오면 일부를 선별해 7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귀향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통의례에 따른 다채로운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워낙 중요하고 관심이 있는 유물이 돌아오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약탈부터 반환까지 145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의궤의 의의를 조명하는 행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서책들이 포함되나=의궤란 조선시대 왕실의 각종 행사를 그림 중심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문서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의궤는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 '장례도감의궤(葬禮都監儀軌)' '천릉천원도감의궤(遷陵遷園都監儀軌)' '친경의궤(親耕儀軌)' '영정도감의궤(影幀都監儀軌)' 등 191종 298권이었다.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993년 영구 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에 돌아오는 297권 가운데 조선 왕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관혼상제를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영조가 계비인 정순왕후를 맞아들일 때의 행렬을 옮겨놓은 '영조·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는 글씨가 반듯하고 채색도 선명하다. 왕이 타는 가마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고 문무 대신들의 의복과 무기까지 세밀한 표현이 돋보인다.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국장에 관한 제반사항을 기록한 '장렬왕후 국장도감의궤'는 흰옷을 입고 상여를 메고 가는 행렬과 곡을 하는 궁녀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순조가 생모인 수빈 박씨의 회갑을 맞아 베푼 연호 그림 '기사진표리진찬의궤'는 당시 의식과 음식을 살펴볼 수 있다. '효순현빈예장도감의궤' '의소세손 예장도감의궤' '순강원 상시봉원도감의궤' 등도 마찬가지다.
◇보관은 어디에서 하나=문화재청은 귀환한 의궤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이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고 첨단기술에 의한 보존이 용이한데다 국내외 관람객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문화재는 원래 있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들어 강화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강화도에 강화역사박물관이 생겨 이곳이 보관 장소로 더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여 조건은 무엇인가=외규장각 의궤는 반환이 아니라 대여, 즉 빌려오는 것이다. 5년 단위로 대여를 하고 5년이 지나면 매번 경신하는 방식이다. 대여 형식의 조건부 반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여이기 때문에 소유권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있다. 이를 두고 "우리 문화재를 빌려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론과 "이 방법으로라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의궤를 복사, 촬영, 전시 등에 활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소유권자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프랑스가 반대하면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데, 실무협상에서 프랑스의 동의를 어느 수준까지 얻어내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사실상 의궤를 넘겨주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상당 부분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화재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국내에 있는 의궤 가운데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2940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는 490권이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는 어람용(御覽用·임금이 열람하도록 고급스럽게 꾸민 의궤)과 유일본이 다수 포함돼 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국보나 보물로는 지정할 수 없다. 외국에 소유권이 있는 문화재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청도 돌아오는 의궤에 대한 국보나 보물 지정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소유권자가 아니어도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품이다. 1377년 충북 청주시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심경은 청주시가 신청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외규장각 의궤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반대하지 않으면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궤의 가치를 세계에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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