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맨 발로 걷고 싶어지는 땅 속에서 울려오는 생명의 아우성 | |
지난 겨울, 눈 내리던 날 찾아본 충남 예산 추사고택 사랑채 풍경입니다. | |
[2011. 2. 7] | |
방조제로 가로막혀 더 멀어진 바다를 향한 그리움에 사무친 김제 망해사 낙서전 앞의 팽나무. | |
아직은 겨울 내음을 채 덜어내지 못했을 겨울나무들이 생각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겨울을 지나온 나무들이지만, 겨울나기는 갈수록 힘겨워집니다. 나무의 몸 안에 새겨진 선명한 겨울의 기억들만으로는 겨울나기 채비가 온전하지 않으니까요. 20년이라거나 혹은 40년만에 찾아온 추위, 또 지방에 따라서는 관측 사상 가장 추웠다는 겨울 날씨는 나무들에게도 뜻밖이었을 겁니다. | |
고려청자 도요지 옆에 서있는 천연기념물 제35호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에서는 언제나 옛 사람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 |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나무는 사람이 느끼는 주변의 변화를 똑같이 느낍니다. 기후 변화 뿐 아니라, 들고 나는 사람들의 변화까지 그렇지요.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잎을 다 떨구고 헐벗은 채로 지내야 하는 겨울에는 더 그렇지요. 사람이야 추워지면 방안에 틀어박힐 수도 있고, 나무들이 화석 되어 지어내는 연료로 따뜻하게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부는 바람, 눈보라 모두 의연히 맞서야 하는 나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 |
바위처럼 견고한 침묵에 휩싸인 부산 좌수영지 푸조나무의 겨울 풍경. | |
지난 주 신문 칼럼으로 소개했던 부산 좌수영지 푸조나무입니다. 니체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걸작 ‘이 사람을 보라’에서 “생명 그 자체였다기보다 생명을 친절하고 부드럽게 환기시켜주는 사람”이라고 했던 절묘한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며 소개했던 나무입니다. 저 푸조나무 뿐 아니라, 잎 떨군 낙엽성 나무의 겨울 모습은 대개가 다 그렇지요. 특히 크고 오래된 나무일수록 그렇습니다. | |
포근해진 날씨 사이로 피어나는 봄 기운 탓에 벌써부터 매화 피어나기를 기다려집니다. 사진은 도산서원 경내의 매화입니다. | |
그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면서 나무는 서서히 따스해지는 봄 햇살을 가장 먼저 느낍니다. 그리고 천둥처럼 온 가지에 화들짝 꽃을 피우겠지요. 사람들에게 봄이 다가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지요. 아니 어쩌면 봄이 다가왔어도 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딘 감각을 깨우쳐 준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벌써부터 봄 매화의 개화 소식이 기다려지는 입춘 부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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