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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검은 달, 흰 달 / 조용미

by 丹野 2011. 2. 4.

 p r a h a

 

 

검은 달, 흰 달

 

조용미
  

 

섬의 동쪽과 서쪽은 죽음과 삶만큼 닮아 있고
또 빛과 어둠처럼 달랐다
동쪽에서는 검은 달이, 서쪽에서는 흰 달이 떠올라
두 개의 달이 머리 위를 지나기도 했다
섬에서 모든 빛은 다 하늘색 페인트칠을 한
그 창을 통해 모여들었다
그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바다를 거쳐온 혼돈과 푸른빛을
모두 다 꺼내어 만져보면
손바닥에서 바람 소리가 나기도 했다
흰 달이 검은 달이 되고
검은 달은 흰 달로 변해
바다 쪽으로 오래 끌려나가는 날이 있었다
나는 이 지상의
어느 먼 별에 와 있는 것일까

 

 

 

 Song for Sienna  / Brian C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