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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화살
강영은
사내는 몸속에서 울음을 꺼냈다 울음은 우는 화살이 되어 허공을 갈랐다
울음의 변방에 빗살무늬를 장치한 구름이 빗발쳤다
과녁을 향해 당겨지는 화살은 빗줄기의 연대, 피할 도리가 없으므로 그
가 사랑한 사슴과 말과 여자는 붉은 비애, 피가 홍건했다
광대처럼 광대싸리나무 속에 울음을 가둔 그는 온몸이 화살통인 사내,
핏발 선 눈으로 뼈를 날려 보내는
사랑이 과녁이라면, 흉노의 피를 지닌 그를 사랑하련다. 오랑캐, 오랑캐
하고 부르면 말편자처럼 닳아 돌아오는 그를,
구멍 뚫린 염통에서 붉은 울음 꺼이꺼이 토해내는 서녘을 밟고 일몰의
태양이 멀어진다 입시울소리처럼 오래전에 잃어버린 일촉즉발의 활시위가
팽팽해진다
배를 갈라 울음을 꺼낸 단발명중은 살부림의 효시
북방중원의 무덤 속인 듯 오후 6시의 과녁이 운다 몸이 떨리고 목젖이
운다 과녁을 삼킨 나의 화살은 그렇게 흐느낀다
(《시안》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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