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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솔숲의 나무 편지] 식물처럼 천천히, 그리고 나무처럼 왕성하게

by 丹野 2011. 1. 7.

[솔숲의 나무 편지] 식물처럼 천천히, 그리고 나무처럼 왕성하게




   [2011. 1. 3]

   새해 첫 월요일 이른 아침, 해 뜨기 전 어두운 밤길을 걸어 작업실에 나왔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우리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난 세밑에는 갖가지 매체마다 지난 해의 큰 뉴스는 무엇이었고, 새해에는 무엇이 달라질까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새해가 아니라 해도 세월이 흐르면 세상살이는 달라지게 마련이겠지요. 사람들도 저마다 더 좋은 변화를 향한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할테고요.

   그러면, 숲은 또 나무는 어떨까요? 우스운 질문이네요. 질문을 해놓고 보니, 동물에 대한 이해에 비해 식물에 대한 이해가 참 모자란 듯합니다. 일테면 동물의 일생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동물의 평균 수명이 10년이면, 사람의 80년과 견주어 이야기합니다. 식물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테면 느티나무 한 그루가 8백 년을 산다면, 그에게 1백 살은 사람의 10살과 비슷한 것이고, 5백 살 된 느티나무는 쉰 살 된 사람과 비슷하다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겁니다.



   사람살이를 스쳐 흐르는 시간과 나무살이를 스쳐 흐르는 시간이 다른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살이에 흐르는 1년이 나무살이에는 10년 쯤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사람의 눈으로 나무의 변화가 매우 더디게 보이는 건 그래서입니다. 나무를 바라보려면 그처럼 더디게 흐르는 시간 감각을 지녀야 할 겁니다. 그래서 나무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언제나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 외국의 한 식물학자의 강연을 보았습니다. 그는 식물도 뇌를 갖고 움직이는 동물 못지 않은 운동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찰스 다윈이 남긴 The Power of movement of Plants 라는 문헌을 근거로 들기도 합니다. 그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It is hardly an exaggeration to say that the tip of the radicle thus endowed, and having the power of directing the movements of the adjoining parts, acts like the brain of one of the lower animals ; the brain being seated within the anterior end of the body, receiving impressions from the sens-organs, and directing the several movements.



   이 긴 문장의 핵심은 “식물 뿌리의 끝 부분은 하등 동물의 두뇌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윈은 그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종종 식물의 뇌(Brain)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식물의 뇌’라 하면 무척 생경한 표현입니다. 식물이 뇌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식물에게서 뇌의 흔적을 찾을 수도 없으니까요.

   식물에서 동물의 행동을 지배하는 뇌는 찾을 수는 없지만, 식물살이에는 분명히 동물의 뇌에 해당하는 무엇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식물이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고속으로 촬영한 식물의 성장 과정 비디오를 보지요. 식물들이 살아가는 과정이 사람살이와 꼭 닮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테면 자귀나무 잎사귀처럼 밤이 되면 잠을 자고, 또 햇살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고, 때로는 심지어 곁에 있는 식물들과 춤을 추며 ‘놀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그걸 보지 못하는 건 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식물을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모두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힘찬 걸음을 내디디지만, 천 년, 혹은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살아가는 식물에게는 그같은 새해가 10년 어쩌면 100년 쯤에 한번 찾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그래서 의미가 있고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10년이 지나면 강과 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의 주인 가운데 하나인 나무는 오죽하겠습니까.

   식물과, 나무와 더불어 이루어지는 ‘솔숲의 나무 편지’는 새해에도 여태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천천히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나무 이야기를 전하는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야 하는 이상, 사람살이의 변화를 무시할 수야 없겠지요. 그래서 올에는 ‘솔숲의 나무 편지’도 약간의 변화를 모색하렵니다. 무엇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 부르는 SNS와 무관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아무리 식물이 천천히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의 이야기를 전해들으셔야 할 이 즈음의 독자들이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따를 수밖에요.



   단박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특별히 기술적인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이를 지원하는 기술팀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지금 가진 그대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만큼은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페이스북이야 개인적인 관계를 위한 것이니 뒤로 미룬다 하더라도 트위터를 통한 소통만큼은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쓰고 있는 신문과 잡지의 콘텐츠들은 그 동안 홈페이지 솔숲닷컴에 그대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닌 개인 홈페이지에 신문의 콘텐츠를 퍼옮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이는 연재 매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가끔씩 나무 편지 안에 링크를 걸어두는 정도로 그쳤습니다. 그것도 전부가 아니라, 전체적인 문맥에 맞는 것들만 골라내 어쩌다 한 두 번 씩 그리 했지요.



   그런데 트위터를 이용하면, 제가 쓴 식물과 나무 관련 콘텐츠를 링크해서 보여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글과 링크로 이루어지는 트위터에서 전체적인 문맥을 따질 필요도 없고, 저작권이나 매체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테니까요. 그건 또 나무 편지의 독자분들께서 즐겨 찾으시는 나무 혹은 식물 관련 콘텐츠를 보다 풍부하게 전해드리는 게 되지 싶습니다. 또 때로는 나무 답사 현장에서의 특별한 분위기나 취재 내용을 사진이나 짧은 글로 생생하게 전해드릴 수도 있지 싶습니다.

   사실 트위터 계정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받아볼 생각으로 오래 전에 만들어두었지요. 그래서 계정 이름도 무성의해 보입니다. 홈페이지와 나무 편지를 통해 많은 독자분께 이야기를 전하면서 굳이 트위터까지 이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그랬지요. 새 이름으로 계정을 바꿀까 생각했지만, 그게 더 번거로울 듯해서 그냥 옛 계정을 그대로 쓰렵니다. 혹시 트위터 계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나무 편지처럼 다문다문 보내드리는 제 트위터에도 연결해 주세요. 짧지만 성의껏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트위터 계정은 http://twitter.com/WoodsStoryMan입니다. Woods의 Story를 전하는 Man, 한 마디로 나무이야기꾼이라는 거죠. 아직 익숙하지는 않아도 나무 이야기를 더 많은 분께 전해드릴 수만 있다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요. 페이스북에서는 Kyu-hong Goh 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만, 페이스북은 지극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들과 소통하는 자리로 국한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12년마다 약간의 변화를 가지는 삶을 살아온 듯합니다. 67년부터 78년까지 12년 동안 학교를 다녔고, 79년부터 88년까지 10년 동안 백수 생활을 했으며, 88년부터 99년까지 12년 동안 신문쟁이로 살았고, 그 다음 99년부터 지금까지 다시 12년 동안은 나무를 찾아 떠돌았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나무를 찾아 힘 될 때까지 돌아다닐 겁니다. 그런데, 올해가 마침 12년이라는 세월을 넘기는 해이기도 하니, 이제 더 나은 콘텐츠로 성숙시켜야 하지 싶은 겁니다.



   그새 해가 훤히 올라왔네요. 오늘은 모두가 시무식으로 바쁘시겠지요. 모두 보람찬 새해 첫 월요일 힘차게 맞이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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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을 마감하면서 펴낸 책 소개입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책 정보 자세히 보기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소나무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느티나무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은행나무
    나무 사진집 '동행'

   이제 곧 새해입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