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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울음의 행방 / 강영은

by 丹野 2010. 4. 29.

 

 

  

 울음의 행방 / 강영은

 

 

  구름이 흘림체로 지나간다 언덕 위 버드나무가 해서체의 체위를 반복한다 은신처를 찾는 휴먼, 둥근 헤드라인체의 비가 내린다

 

  투명 화살촉이 내려꽂힌 곳마다 매직체의 강이 둑을 쌓는 저녁. 굴림, 굴림체, 바탕, 바탕체로 번식하는 글자는 서사를 맨 처음 기록한 술사의 눈빛에 감겨든다

 

  전위적인 소나무는 가지 끝에서 기울어진다

 

  진화의 끝을 매듭하듯 빗방울을 흡수한 비알밭에는 복숭아, 오이, 가지, 딸기체의 시간들, 궁서체의 울음을 판독한 일몰의 눈, 코, 입이 희비쌍곡선으로 봉인된다

 

  북방에서 기원된 몽고반점, 미처 기록하지지 못한 울음의 선사시대는 내 엉치뼈에 새겨져 있다 오래 유전된 흉부에 종족의 낙인이 찍혔을 때 울지 않은 양들은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울음이 최초의 글자체가 되기까지 몇 억 개의 빗방울이 하늘을 갈랐을까 자판을 치자 쉽사리 읽히지 않는 서체가 확장체로 떨어진다

 

  당신이 안부를 물을 때 어떤 울음은 구름이 되고 슬픔에 빠진 어떤 울음은 익사체가 된지 오래이다.

 

 

 

계간 『미네르바』 2010년 봄호 발표 

 

[출처] 웹진 시인광장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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